김정주, 김택진 협조 없이는 경영참여 불가 [엔씨소프트-넥슨 경영권 분쟁①]이사회 진출, '특별결의'로 정관변경 필요… 현 지분율로는 승산 없어
정호창 기자공개 2015-02-13 09:40:49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0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주 대표가 이끌고 있는 넥슨이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으나 현 상태로는 뜻을 이루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율이 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를 관철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넥슨 추천 이사가 합류할 방법도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10일 게임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날 넥슨에 '주주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식답변서를 내용증명을 통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주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부동산 처분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이사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는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주주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이제 양사의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통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표 대결을 통해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거나 이사회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이긴 하나 김택진 대표 측을 압도할 만큼 높은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가장 효율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자사 측 인사를 이사회에 진출시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넥슨은 주주제안의 첫 번째 항목으로 신규 등기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문제는 현재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결원이 없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 정관에는 이사 수를 3인 이상 7인 이하,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7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중 올해 임기가 만료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기임원은 김택진 대표 뿐이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 창업주로 대체 불가능한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넥슨 측도 이런 사실에 동의해 김택진 대표 재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엔씨소프트 이사회의 다른 임원이 자진사퇴하거나 불가피하게 낙마하지 않는 이상 넥슨 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할 방법은 없다. 이사 교체가 불가능하므로 넥슨이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자사 임원을 파견하려면 이사회 규모를 확대해 등기이사를 추가 선임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하지만 이는 정관 변경이 필요한 사항이며, 정관을 바꾸기 위해선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특별결의를 위해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특별결의 요건에 한참 모자란 15.05%에 그친다. 자력으로는 정관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우호세력을 끌어 모아 연대한다 해도 해당 지분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택진 대표 보유지분과 엔씨소프트 자사주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2년 넥슨에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해 2대주주로 내려앉긴 했으나 여전히 9.98%의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다. 게다가 엔씨소프트는 8.93% 지분을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자사주는 다음 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선 의결권이 없는 지분이나,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경우 엔씨소프트 측에서 믿을 만한 백기사를 구해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경영권 방어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자사주 의결권을 살리게 되면 김택진 대표 지분과 합쳐 엔씨소프트는 18.91%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돼 넥슨 쪽 지분율을 3.86%포인트 앞서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최대주주로서 주주제안을 내놓긴 했지만, 김택진 대표 측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선언문이나 공염불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며 "향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진다 해도 넥슨이 보유 지분율을 크게 높이지 않는 한 경영 참여나 주주제안을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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