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 해외프로젝트 '충격파' 벗어날까 3Q 미청구대금 반영, 대규모 적자..공기지연 공사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5-10-23 08:19:0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2일 12: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부실 프로젝트로 인한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했다. 3~4년 전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해외 프로젝트 현장들의 잇단 공기 지연으로 손실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있었다. 올해 3분기 대규모 손실에 대해 시장에서는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라 평가한다.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4조 4722억 원, 영업손실 1조 4762억 원, 순손실 1조 334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5% 급감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
3분기 대규모 적자 이유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한꺼번에 떨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9~2012년 사이 중동 등 현지에서 수주했던 대형 프로젝트들의 공기 지연이 잇따랐다. 공사지체보상금 등 추가 비용이 올해 하반기에 불거질 것이란 분석이 꾸준히 있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해외에서 공기가 지연된 현장만 12곳에 달했다. 크게는 2011년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일괄 수주했던 와싯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PKG2와 샤이바 NGL 프로그램 PKG1·2·3, 2009년 아부다비 정유사로부터 수주한 타크리어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 프로젝트 등이다. 지연 현장은 도급액 기준 80만 달러에 달했다.
12개 현장은 원가율 100%를 이미 넘어선 상태에서 공기가 지연되고 있었다. 역마진이 이미 확실시된 현장들이었다. 일부 프로젝트는 전시 상황 등 현지 사정이 반영돼 삼성엔지니어링의 귀책사유는 없었지만 대부분은 기술적 결함 등 자체적인 문제로 비롯된 공기 지연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미청구공사대금도 대규모로 안고 있었다. 6월 말 연결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대금은 2조 3163억 원에 달했다. 2010년 말 기준 해당 항목이 7699억 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보면 불과 5년도 안돼 엄청나게 불어난 수준이다. 해외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수주하고 나서면서 빚어진 부작용이었다.
발주사에 청구되지 않은 공사대금이다. 공사 진행률에 따라 지급을 요청했을 때 발주처가 요구한 금액을 전액 인정하지 않으면 미청구공사대금으로 인식되는 방식이다.
만약 5년 공기의 1000억 원대 공사 첫해에 진행률 10%를 인식하면 건설사는 100억 원을 발주처에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주처에서 이를 전부 인정하지 않고 30억 원만 지불하면 나머지 70억 원이 미청구공사대금 계정에 쌓이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대규모 적자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쌓였던 미청구공사 대금 줄 일부를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번 손실을 반영한 프로젝트는 사우디 샤이바 가스 및 얀부 발전, UAE CBDC 정유 등이다. 이를 통해 떨어낸 손실만 1조 1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자본잠식에까지 빠졌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6조 6억 원, 부채총계 6조 3752억 원으로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3746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결손금이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탓이다. 9월 말 기준 결손금은 3051억 원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 등 자산유동화 계획까지 꺼내 들었지만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장부가 3500억 원대에 달하는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사옥의 매각 계획을 알렸다. 사옥의 시가 등을 고려하면 성공시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부실을 떨어낸 해외 프로젝트 외에도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는 현장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여 자금 확보 후에도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UAE 현장과 사우디, 인도 등 현장에서도 공기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상반기에 이와 관련된 손실을 선제적으로 털어내지 않았다면 내년에 이로 인한 손실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수행 중인 프로젝트의 안정적 마무리에 집중하고, (유상증자 및 사옥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경영내실화와 체질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며 "제 2의 창업에 견줄 만한 각고의 노력과 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