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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신용등급 방어 "쉽지 않다" 삼성 빅딜+미국 ECC 투자, 총 6조…재무안정성 급격한 저하 '불가피'

황철 기자공개 2015-11-09 11:09:52

이 기사는 2015년 11월 04일 09: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삼성그룹과 3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딜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업종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 호황기에 맞먹는 실적 개선을 이룬 시점에 터져 나온 깜짝 딜이다.

일각에서는 제2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호평을 내놓고 있다. 업계 선두 LG화학에 버금가는 20조원대 매출 달성으로 한 차원 높은 규모의 경제 창출이 가능하게 됐다는 긍정론이다.

반면 크레딧 업계에서는 재무안정성의 급격한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무레버리지 지표가 단기간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하될 수 있다는 것.

롯데케미칼은 이번 빅 딜 이외에도 3조원대에 달하는 미국 에탄크레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NCC증설 등에도 대규모 카펙스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다. 호황도 잠시, 내년도 이후 화학업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로서는 화학업종 내 최고 등급(AA+)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영업현금창출력 혁혁한 개선, 대규모 투자에 공염불

이번 빅딜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레이팅 액션(Rating Action)을 취한 곳은 한국기업평가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AA+)을 곧바로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기평은 롯데케미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던 곳이었다.

한기평은 9월 롯데케미칼의 신규 회사채 본평가에 맞춰 신용등급에 붙어 있던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안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에틸렌 마진의 기록적 상승으로 상반기에만 817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등 업황 반등이 가시화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

반면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석유화학경기 변동에 따른 높은 실적 가변성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각종 해외 사업 추진과 신증설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 가능성도 신용등급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이를 의식하는 듯 했다. 3분기 잠정실적과 거의 동시에 삼성그룹과의 빅딜 추진을 공개했다. 지분 인수 부담을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성적표는 화려했다. 3분기 합성수지 제품 마진 강세 등으로 상반기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이어갔다. 누적 영업이익만 1조3023억원으로 호황기였던 2011년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 1조5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

그러나 신용평가시장의 싸늘해진 시각을 되돌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4분기 실적 개선을 이어가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수익을 창출한다 해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용등급 방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투자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부정적' 전망을 유지한 채 강등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

◇ 레이팅 트리거 위배 기정사실, 신용평가사 결정은?

롯데케미칼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내년 상반기까지 현금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극강의 EBITDA창출력을 드러내며 거의 제로(0) 상태로 떨어졌던 순차입금도 다시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추가로 창출한 1조원대의 EBITDA를 모두 인수대금으로 투입한다 해도 2조원에 가까운 순차입금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경상적 비용을 제하면 재무레버리지의 확대 수준은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2조9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 기반 대규모 에탄크래킹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NCC 증설 등 카펙스 투자도 크게 벌일 예정이다.

내년도 석유화학업황이 중국 감속 성장 기조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여 올해와 같은 영업현금창출력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결국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기평과 NICE신평이 제시한 '순차입금/ OCF 1배, 순차입금의존도 10%'를 넘어서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한신평이 하향 트리거로 제시한 '총차입금/EBITDA 3배'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한기평이 빅딜 발표 직후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린 가장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기평은 "2.8조원의 자금이 단기에 유출됨에 따라 총차입금을 상회하는 풍부한 유동성이 일시에 소진될 수밖에 없다"라며 "미국 ECC 프로젝트 등 거액의 투자부담이 남아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영업현금창출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금유출 이후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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