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27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대 국회에서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특별법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롯데손해보험이나 흥국화재해상 등 상대적으로 보험사기 노출도가 높은 소형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동시에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할 전문심사 기구를 설립하자는 법안도 통과가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27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4일 연속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연내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보험업권 관련 법안들은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지난 24, 25일 보험업권 관련 법안들이 대거 법안소위에 상정되면서 혹여 중요 법안들이 통과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보험업권에서는 보험사기범의 처벌을 강화해 보험사기를 줄이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과 비급여 의료비 심사 전문기구 설립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중요 법안으로 보고 있다.


해가 갈수록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적발된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3105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적발된 보험사기만 집계한 숫자로,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 규모가 적발된 수준의 10배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보험사기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중소형 보험사에서 특별법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사기범들이 중소형 보험사가 보험가입이나 심사가 느슨할 것이라 예단해 이들을 상대로 사기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적발된 보험사기의 회사별 비중을 살펴볼 때, 대부분 중소형 보험사의 비중이 각 보험사의 시장 점유율 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비용을 철저히 줄여야할 시기가 오면서 '보험사기 줄이기'가 중요한 경영 안건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보험사기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이번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이 상당히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보험업계는 비급여 의료비 심사 전문기구 설립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비급여 진료비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보험금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법무부,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등 법안과 관련이 있는 부처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탓에 법안의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에서는 보험사기 처벌은 기존 형법으로도 충분하며, 특별법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원회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비급여 의료비 심사 전문기구가 설립될 경우 비급여 진료의 규격화가 이뤄져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또 이날까지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거래소 지주회사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인터넷전문은행법 등 굵직굵직한 법안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업권 관련 법안은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등에서는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일정상 연내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보험업권 관련 법안도 연내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신환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중요법안이 많은데다, 보험업권 관련 법안은 타 부처와의 견해 차이가 커 통과가 어렵다"며 "이번 회기 내에는 법안의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안소위에는 이외에도 보험사 복합점포 입점 금지와 고가차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상정됐으나 역시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