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역삼보다 강남역 선호하는 이유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⑦지세 낮은 지역에 돈 모여…1000억 이상 건물 원해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14 10:16:20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남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국인은 큰 손으로 대접받는다. 큰 손답게 제시하는 거래 금액도 1000억 원 이상이다. 실제 매매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무수히 많은 제안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한한 점은 중국인들이 역삼역 주변 건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강남역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중국인 선호 지역, 강남-선릉-삼성-역삼 순
중국인들이 원하는 건물 매매 금액은 1000억~2000억 원 규모다. 최근 국내 고액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가 50억~100억 원인 것에 비해 10배 이상 큰 금액이다. 다만 실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남역에 있는 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국인들은 주로 대리인을 통해 움직이는데 뒤에 매수주체가 누구인지가 확실치 않다"며 "1000억 원 이상의 건물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인들이 강남 투자에 워낙 관심이 높아 조만간 매매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인들이 역삼역 부근 건물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테헤란로의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하면 강남역 인기가 가장 높고 이어 선릉역, 삼성역, 역삼역 순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풍수지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언덕에 위치한 역삼역보다는 지형, 지세가 낮은 강남역이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돈이 모이는 곳"이라며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에 삼성 서초타운이 자리를 잡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역을 비롯해 신촌, 명동, 이수상권 등이 지세가 낮고 배후지가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역삼역 상권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이 지역에 밀집해있던 유흥업소들이 경찰 단속으로 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유흥업소들은 분당구 정자동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흥업소들이 떠나면서 역삼역 주변 건물의 공실률도 증가했다. 역삼역의 공인중개사 대표는 "올해 입주를 시작한 역삼역 부근 700실 규모의 오피스텔은 유흥업소 단속 이후 200실 이상이 비어버렸다"고 말했다.
◇강남역도 오피스텔 공실률 증가로 고민
다른 상권에 비해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강남역 상권이지만 나름 고민이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명동상권이 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27일 강남역을 찾아갔을 당시에도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 여부에 따라 상권의 매출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동에 비하면 강남역 상권이 뒤처지는 게 맞다"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강남역보다 명동을 선호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명동과 달리 강남역 주변에는 쇼핑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관광코스가 없다. 명동의 경우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남산과 가깝고 주변에 롯데백화점 소공점과 동화면세점 등 면세점도 위치해 있다. 한옥집이 밀집한 북촌과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청계천 등도 근처에 있다.
강남역 부근 오피스텔의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유민준 부동산팀장은 "대로변 건물의 공실률은 15%이지만 그 뒤편 매매가 50억~100억 원 규모의 건물은 20% 이상"이라며 "강남역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이 아닌 매각차익을 노리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공인중개사 대표는 "강남역 오피스텔 중 상당수가 2004~2005년에 입주한 것인데 이 건물들이 노후화되면서 공실률이 늘어났다"며 "반면 최근 1~2년 새 입주한 오피스텔은 공식률이 낮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