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삼성물산, 엔지니어링 증자 참여폭 커지나 이재용 부회장 실권주 청약 공언, 배정주식 외 초과청약 가능성
정호창 기자공개 2015-12-14 08:30:25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1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엔지니어링의 1·2대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의 출자 부담액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자 참여 계획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 정상화 의지를 대내외에 명확히 밝힌 만큼 삼성SDI와 삼성물산 역시 배정 주식 외에 실권주에 대한 초과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11일 금융감독원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 2월 1조 201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증자비율은 390%로 결정됐다.
발행주식의 20%는 삼성엔지니어링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며, 나머지 주식은 이달 31일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들에게 보유주식 1주당 3.3751657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 이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구주주가 배정 신주 1주당 0.2주의 초과청약을 할 수 있다. 이후에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일반공모 청약을 통해 신주를 배정한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의 지분율은 22%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삼성SDI가 13.1%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과 삼성화재가 각각 7.81%와 1.0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신주 배정비율에 따라 이들 3개사에 할당된 신주의 규모는 전체 증자 주식수의 19% 수준이며, 예상 출자규모는 총 2286억 원이다.
이들 3개사와 우리사주조합이 배정주식을 모두 청약할 경우 삼성그룹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신주 규모는 예상 발행주식의 39%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60% 가량의 신주를 삼성엔지니어링의 일반주주들이 청약을 통해 소화해줘야만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해 있고, 향후 건설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반주주들의 적극적인 증자 참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라는 '당근책'을 내놨다. 그룹 총수가 사재를 털어 증자에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향후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포기할 지 모른다는 주주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없애고 청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주가 아니기에 증자 참여는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청약 한도는 최대 3000억 원 규모로 결정됐다. 따라서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거나 규모가 적을 경우 실제 이 부회장이 배정받게 될 삼성엔지니어링 신주 규모는 예상 외로 소량에 그칠 수 있다.
재계 등 관련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증자에 나선 배경에 대해 시장과 주주, 더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주주와 국민들의 지지는 물론이고 당시 불거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비판 등에 대해 '부채 의식'을 갖고 있는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으로선 삼성엔지니어링 부실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일만큼은 반드시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오너의 의지가 이처럼 확고한 만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인 그룹 계열사들 역시 이번 증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배정주식을 모두 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실권주 발생시 초과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불필요한 개인자금 유출 부담을 최대한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삼성물산 등이 삼성엔지니어링 배정신주당 0.2주의 초과청약 한도를 채울 경우 신주의 3.8% 가량을 추가로 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추가 부담해야 할 출자액 규모는 435억 원 가량이다. 이를 반영한 두 회사의 총 예상 출자액은 2608억 원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이 높지 않은 삼성카드는 22억 원 정도만 더 부담해 총 135억 원 정도만 출자하면 된다. 이 경우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카드 등 3개사의 총 출자 규모는 2743억 원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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