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초 미국 투자회사인 레드배지가 우리나라에 창업투자회사를 차렸다. 자본금을 50억 원으로 맞춰 '레드배지퍼시픽'이라는 상호로 중소기업청에 설립 등록까지 마쳤다. 앞으로 벤처조합을 설립해 국내·외 중소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우리나라에서 지사나 법인을 차리고 활동하는 외국계 벤처캐피탈은 10여군데가 넘는다. 알토스벤처스나 아이디지벤처스코리아, DFJ아테나, 포메이션8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국에 본사를 둔 한국 혹은 아시아 지사로 볼 수 있다. 중기청에 창투사로 등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벤처투자 관련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투자 방식이나 기법에 제한도 없다.
레드배지퍼시픽이 창투사로 등록한데는 이유가 있다. 펀드 때문이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공동으로 결성한 '글로벌파트너쉽펀드2호'에서 200억 원 규모의 출자약정을 받았다. 굳이 창투사로 등록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우리나라에 지사를 둔 외국계 투자기관이라면 글로벌파트너십펀드의 출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레드배지퍼시픽은 향후 산업은행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국내 창투사로 등록했다. 차기 벤처펀드도 산업은행에서 출자받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함이다.
SBI인베스트먼트나 소프트뱅크벤처스의 경우 중기청에 등록된 창투사이면서도 외국계 투자기관이 실질적인 주인이다. 이들은 여느 벤처캐피탈 보다 투자와 펀드레이징 측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SBI인베스트는 지난해 800억 원 규의 투자를 집행했으며, 소프뱅크벤처스는 1200억 원 규모의 펀딩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1년 동안 벤처투자 500억 원, 펀딩 5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레드배지퍼시픽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벤처투자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숙제가 남았다. 우선 소프트뱅크벤처스와 같이 현지화를 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출자기관이나 벤처기업과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현지화 작업을 해야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곳으로 선뜻 이직하겠다는 심사역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돈을 쉽사리 출자하지도 않을 것이다.
레드배지퍼시픽이 어떤 사업모델을 지향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단 중기청에 창투사로 등록한 의지를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벤처조합을 만들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금으로만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레드배지퍼시픽이 미국에서 검증한 투자기법이나 심사절차를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에 전수하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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