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NG vs 삼성물산' 이재용의 선택은? 개인자금 3000억 활용처 주목…삼성ENG 지분 매입 가능성에 무게
정호창 기자공개 2016-02-17 08:26:15
이 기사는 2016년 02월 16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장에서 모두 소화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증자 참여 목적으로 마련한 3000억 원의 활용 방안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시장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해당 자금을 활용해 삼성SDI가 순환출자 문제로 인해 내놓는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으나, 유상증자 완료 후 당초 계획대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에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 2651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구주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률이 99.9%로 집계됐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실권주 수는 10만 2972주로 약 8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5일과 16일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 뒤 오는 17일 주금 납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선 일반공모 청약 역시 무난히 이뤄져 실권주 없이 이번 증자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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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보유한 3000억 원의 자금은 일단 사용처를 잃게 됐다. 해당 자금은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삼성SDS 보유 지분 2.05%(158만 7000주)를 블록딜로 처분해 마련한 개인자산이다.
이렇듯 상황이 바뀌면서 증권업계 등 시장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해당 자금을 활용해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순환출자 고리 강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 달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500만 주)를 처분해야만 한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처분할 삼성물산 지분 규모가 74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크고, 처분 기한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회장이 일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에서 삼성물산이 차지하는 위상과 향후 기업가치 증대 가능성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지분 정도는 블록딜로 기한 내에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부회장이 이미 삼성물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추가 매입에 나설 이유와 명분이 약하다는 주장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지분 2.6% 정도는 블록딜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며 "이 부회장이 해당 지분 일부 인수에 나서게 되면 삼성SDS 지분을 팔아 당초 약속과 달리 결국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데 사용했다는 반발과 비난이 제기될 수 있어 삼성그룹이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해당 자금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에 사용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란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 역시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신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하는 게 실리 차원에서 더 득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분 매입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재건과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고, 향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그룹 재편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3000억 원을 투자하면 상당한 수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을 정상화시켜 기업가치를 높이게 되면 해당 지분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S 등 다양한 계열사들과의 합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 재편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아직 미완이라 향후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실행될 수 있는데, 이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신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는 것을 손해로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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