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銀 닮은꼴' 한국씨티은행, 제재 가능성 있나 금감원, '밀실배당' 등 무더기 제재…"자율적 개선 필요"
안경주 기자공개 2016-02-25 11:43:36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4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무더기 제재조치를 받은 가운데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에 시장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두 곳 모두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유사한 의사결정 구조와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그룹 방침에 따라 지점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등 최근 수년간의 행보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씨티은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C은행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17건과 개선 3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2014년 11월 진행된 종합검사에서 적발된 사항에 대한 조치다. 주요 내용은 △배당금 의사결정 투명성 등 자본적정성 관리 강화 △금융사고예방 대책 강화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 방안 마련 △준법감시업무 활성화 대책 강구 △총괄조정 기능 강화 △여신감리 제도·운영방식 개선 △안정적 수익기반 확충 방안 마련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당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위기상황분석이나 자본적정성 평가 없이 소수의 경영진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며 "SC은행에 배당금 관련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해 자본적정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씨티은행도 SC은행과 같은 해 종합검사를 받아 지난해 7월 제재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당시 여신 사후 관리 강화, 성과보상체계 개선, 인터넷뱅킹 보안 강화 등 개선 6건, 경영유의 15건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씨티은행과 SC은행 모두 외국계 은행으로 비슷한 의사결정 구조와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유사한 제재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SC은행의 사례를 봤을 때 씨티은행이 향후 금감원 검사를 받을 경우 몇 가지 부문에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 모니터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도 (SC은행과) 유사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씨티은행 역시 자율적 개선이 없다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선 씨티은행의 고배당 정책과 경영자문료 지급 적정성 문제가 눈여겨 볼 점으로 꼽인다. 씨티은행도 SC은행처럼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늘리는 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도 1161억 원을 배당금으로 책정,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 금감원의 배당기준을 준수했더라도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이 씨티은행의 자본적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문료 지급 적정성 강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씨티은행은 고배당 문제와 함께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경영자문료 적정성을 놓고 논란을 일으켜왔다. 금감원이 지난해 "경영자문료 지급의 적정성을 강화하라"며 제재조치를 내린 만큼 2015회계년도 결산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내부통제와 감사업무의 독립성 강화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SC은행에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본부인력도 축소된 상태다. 씨티은행도 영업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인 현장 점검 등 내부통제 활동에 미흡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또 감사업무의 독립성이 여전히 취약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감사 기능을 수행해 국내 규정과 다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규정을 이유로 국내 규정과 다른 내규를 정해 감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내규를 수정하고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시선을 끌지만 금융당국이 무엇보다 신경 쓰는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충 방안 마련이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늘었지만 이익 증가 보다는 비용절감에 따른 원인이 더 크다. 2014년 희망퇴직과 점포폐쇄를 추진해 비용은 줄였다. 반면 이자이익 기반이 지속적으로 취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이자이익은 828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고 수수료이익은 손실폭이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SC은행이 닮은꼴 은행이고 영업적인 측면도 비슷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씨티은행도 SC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해 신성장부문 발굴, 자산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개선방안과 이행계획을 마련해 충실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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