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17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11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시장 출범 10년을 맞아 PEF 운용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출자자, 관련 업계 종사자 등을 포함해 약 40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화두는 PE가 투자한 기업들이 어떻게 변했는가였다.패널로 참석한 PE 대표들은 그간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증대됐다며 앞다퉈 성공 사례와 비결을 소개했다. 그들이 전달한 메시지는 한 가지로 귀결됐다. 기업을 살리려면 인센티브를 늘리고 좋은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간단하고 명료한 답변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고루한 얘기다. 그 자리 모인 사람들이 그 당연함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결과를 끌어내는 핵심은 '정말로 이행할 수 있는가'에 있고, 그렇다면 PE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기업을 운영하던 CEO는 하지 못했고 PE는 실현한다 것이다.
그들은 PE가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기에 태생적으로 잘할 수 있는 여건에 있다고 자평했다. 펀드 자금 모집부터 투자금 회수까지 모든 게 '수익률'이란 커다란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출자자와 운용사는 투자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을 올리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출자해준 운용사가 투자를 잘하면 잘할 수록, 기업이 개선되면 될수록, 관리하는 직원이 성과를 내면 낼수록, 성과에 따른 수익은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PE들은 정말로 일 잘한 사람이 돈을 많이 가져가는 인센티브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기업이 인재를 채용한다고 했을 때와 PE가 채용했을 때 몰리는 지원자들이 달랐다는 것이다. IMM PE는 2013년 할리스를 인수한 뒤 직영점 위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바꾸는 일에 집중했다. 이때 기획과 마케팅 부문에서 우수 인력을 전격적으로 영입했고, 기존 200명에서 650명까지 직원 수를 늘렸다. 송인준 IMM PE대표는 "PE가 인력채용을 실시할 경우 지원자들은 일반기업의 직원으로 일한다고 생각하기보단 회사를 성장시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직원들이 기업의 일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동기 부여가 강할 때 회사의 일꾼이 되길 자처한다는 것이다. PE가 회사를 운영할 경우 성과보상이 확실할 것이란 믿음은 물론이다. 결국, 이는 직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재기가 어려운 기업들이 이런 논리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조직에 변화를 줄 수 없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임원들과 경영진의 반발을 뒤로하고 봉급체계에 칼을 댈 수 없어서, 혹은 인센티브와 같이 인력에 투자하는 비용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서 등 기업의 고질적인 시스템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문득 MBK파트너스 윤종하 부회장이 했던 말이 뇌리에 남는다.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려고 하면 대부분 경영진은 회사를 180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5도, 10도만 살짝 방향을 꺾으면 효과가 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어쩌면 CEO자신이 나 혼자만 기업의 주인이란 생각을 내려놓고, 직원이 동기부여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기업을 살리는 첫걸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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