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23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은 지난 1년 간 꽤나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사장 직속 미래 전략실을 신설하고 신약개발 목적으로 바이오 벤처기업에 450억 원을 투자했다. 동종업계에선 놀랐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유한양행이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미국 제약업체인 소렌토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공채출신 위주의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외부 R&D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지금껏 유한양행은 제약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인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큰 신약개발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도입품목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한양행의 사업 방향을 비춰보면 지난 1년 간 경영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제약업계의 성장모델이 신약개발로 변화를 맞게 된 시점이지만, 너무 빠르게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약가인하와 정부규제 등으로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듯 했지만 삽시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그 배경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이후 유한양행의 체질개선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이 사장은 공식 석상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신약개발과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 사장은 자신이 말한 것을 곧바로 실행했다.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중장기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신약개발 능력을 지닌 오스코텍,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에 450억 원을 투자해 신약후보물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유한양행은 지금 변신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고 있다. 제약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고, 신약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돌파구 없이는 둔화된 성장 그래프를 다시 우상향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R&D파이프라인을 강화한 점은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물론 유한양행의 체질개선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인식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R&D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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