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동반자 PBS, 조연 역할 '톡톡' ③운용 지원하며 '윈윈'…역할 더 커진다
김기정 기자/ 정준화 기자공개 2016-03-28 09:40: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4조 시대의 주인공은 자산운용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사격하며 조연 역할을 해온 프라임브로커(PBS) 증권사들이 없었다면 이처럼 빨리 4조 시대를 열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다.프라임브로커란 자산운용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데 있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말한다. 펀드 설정 초기 필요한 시드머니 제공 및 증권 대여, 신용 공여 등을 도맡고 있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증권사만이 영위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다.
현재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증권사가 프라임브로커 역할을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헤지펀드 진입 문턱이 낮아지며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규 헤지펀드의 경우 인큐베이팅을 위한 시드머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각 증권사별 한도가 정해져 있는만큼 시드머니의 분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지가 관건이다.
◇조력자 PBS…헤지펀드와 동반성장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열린 2011년 말 자산운용사들의 헤지펀드 트랙 레코드는 전무했다. 보여줄 실적이 없다 보니 자금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초기 운용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프라임브로커들의 시드머니는 큰 힘이 됐다. 당시 프라임브로커들은 하나의 헤지펀드에 100억~200억 원 가량의 시드머니를 투입했다. 초창기 시장 선점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시딩을 받은 헤지펀드들은 이를 발판 삼아 성장 가도를 달렸다.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증권은 브레인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은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 등의 헤지펀드를 주요 파트너로 삼았다.
시드머니를 투자한 헤지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프라임브로커에게 돌아오는 충격이 클 수 있지만 헤지펀드 시장이 출범 후 3년여동안 급성장하면서 선순환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 PBS가 버는 수익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 PBS 부서가 벌어들이는 경상이익은 연간 100억~300억 원 수준이다.
◇'엎치락 뒤치락' 점유율 경쟁…NH證, 삼성헤지펀드 등에 업고 '선두'
헤지펀드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는 프라임브로커들이지만 그들간 점유율 경쟁은 치열하다. 초기 시장에서는 대우증권이 독보적인 1위였다. 2012년 말 대우증권의 설정액 점유율은 41%로 2위 삼성증권(29.5%), 3위 현대증권(16.9%)과 큰 격차를 보였다. NH투자증권(11.1%, 당시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1.3%)은 하위권에 불과했다.
1년 후에는 브레인자산운용을 선점한 삼성증권(30.8%)이 1위 자리를 따냈고 대우증권(26.7%)은 2위로 물러났다. 꼴찌였던 한국투자증권이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3위 자리로 올라섰고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던 현대증권은 계약고가 쪼그라들며 점유율이 2.3%로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11.1%)은 전년 대비 비교적 큰 변화 없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4년 말부터는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두 하우스는 각각 30% 초반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그려왔다. 그 동안 NH투자증권은 10%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2배 가까이 키우며 2위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3조 시대에 들어설 무렵인 4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 달 만에 삼성증권의 점유율은 31%에서 26%로 5%포인트가 추락했다. 삼성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이 수익률 하락으로 설정액이 급감한 결과였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며 1위인 대우증권(32.5%)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후에도 NH투자증권은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갔다. 지난해 5월 점유율 30%대에 안착한 후 매월 점유율이 늘었다. 급기야 7월에는 1위였던 대우증권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불과 1~2%포인트 차이였던 격차는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3월 말 현재 NH투자증권의 점유율은 36%이다. 대우증권(29.6%)은 1년 반 만에 30% 아래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삼성증권(22.8%), 한국투자증권(10.7%), 현대증권(0.9%)은 그 뒤를 이었다.
NH투자증권의 독주체제를 공고히 만든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이다. PBS 계약을 맺은 삼성H클럽오퍼튜니티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삼성 H클럽 하이브리드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2호·3호, 삼성H클럽Equity Hedg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호 등 5개 펀드 모두 안정적인 수익률 덕에 수탁고가 꾸준히 불었다. 그밖에 안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등펀드들 역시 빠지지 않는 성과를 이어온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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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역할 더 커진다
헤지펀드 4조 원 시대에 프라임브로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신규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고, 투자자들의 최저가입 요건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운용사들과 달리 헤지펀드 시장에서의 트랙 레코드가 없는 신생사들의 경우 프라임브로커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프라임브로커의 시드머니와 고유 자금만으로 수익률을 검증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헤지펀드 출범 초창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시드머니를 대규모로 투자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당시에는 어느 정도 검증된 대형자산운용사 위주로 헤지펀드를 출시했기 때문에 공격적인 시드머니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신생 운용사들이 대부분이다.
자칫 트렉레코드가 부족한 신생사에 대규모 시드머니를 투자했다가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는만큼 프라임브로커들이 예전에 비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의 시드머니 한도는 1000억~1500억 원 수준이며 상당 부분을 소진한 상태다. 신생 운용사에 시드머니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펀드에서 자금을 빼야 한다.
프라임브로커 관계자는 "새로운 헤지펀드는 계속 생겨날 전망인데 반해 시드머니는 한도가 거의 다 찬 만큼 예전보다 시드머니 관리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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