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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폭스바겐·벤츠' 할부금융사의 황당한 공시 [thebell desk]

문병선 기자공개 2016-04-22 09:00: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1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엠더블유(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독일 BMW 차량의 국내 할부금융 상당량을 중개하는 금융회사다. 2012년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었고 '금융회사지배구조모범규준'에 따라 올해부터 지배구조연차보고서를 정기주주총회 개최 20일 전까지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했다. 그러나 공시하지 않았다. 늑장을 부리다 더벨의 취재가 시작된 최근 부랴부랴 늦게 공시했다. 공시는 4월20일 이뤄졌으나 협회에는 3월8일 공시했다고 허위 공시까지 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독일 폭스바겐 차량의 국내 판매를 도맡아 하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캡티브(Captive) 금융회사다. '디젤게이트'에도 불구 국내에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말 기준 자산 2조원을 넘었다. 협회 수시공시 대상이 됐다. 하지만 까마득히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된 최근에서야 정기주총 개최 내역, 임원 선임 내역 등을 공시했다. 그러면서 공시일자는 마치 정상적(결산일 3개월 이내)으로 공시한 듯 1월29일과 3월30일이라고 허위 기재한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수입차 할부금융 회사다. 독일차 벤츠의 할부·리스 서비스 제공이 주업이다. 역시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어 경영의 주요 내용을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하는 대상 업체가 됐다. 하지만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된 최근 공시 예정이라는 답을 협회에 보내왔다고 한다.

수입차 할부금융 3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은 지난해말 6조7041억원이다. 약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독일차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3사의 자산 규모가 5년내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도 남는 규모다. 지난해 자산 4조원대의 BNK캐피탈이 500억원대 렌털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채권시장에 혼란을 주었던 사례를 보면 영향력이 가늠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성장하는 수입자동차금융 산업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수입차 할부금융 3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및 불투명한 경영 관행은 적지 않다. 예컨대 BMW파이낸셜은 지난 한 해 1인의 사외이사에게 3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나머지 2인의 사외이사에겐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1인에게 지급한 보수도 믿기 힘든 수준이지만 나머지 2인이 무보수 사외이사를 자처했다는 점도 믿기 힘든 내용이다. 공시를 잘못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이사회 개최 횟수가 1년동안 수 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회사에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는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수입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자산이 급팽창하고 있는 수입차 할부금융 시장을 별도의 범주에 넣고 특별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 캐피탈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 늘고 있다. 경쟁사의 '마타도어'라고만 보기엔 3사의 건전성 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이익을 대량 내고는 있으나 대부분이 외국금융회사와의 파생거래로 사라졌거나 배당등으로 법인 내에 유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총액은 조금 늘어나는 데 반해 자산총액은 급격하게 늘어나며 불안한 재무상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관리·감독은 허술하고 조금 더 팽팽한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부족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가 뭔가를 해야하는 이벤트 날짜에 도달했을때 그 때 마다 금융감독원이 별도로 통지를 해주거나 고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법률에 명시돼 있다면 법률을 지키는 일은 회사의 의무이고 잘 지켜지는지를 추후 수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나가 판단하는 게 감독당국의 역할"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다른 관계자는 "갑자기 자산이 커지니 인력이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구비되지 않아 업무를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 있다"며 "만일 미비점이 있거나 문제가 있어 보일 경우 금융회사 검사를 통해 파악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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