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28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칼이 추진하는 102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자 목적이 차입금 상환용이라는 점에서 기관들이 선호하진 않지만 주가 희석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이달초 이사회 의결을 통해 1049억 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차 발행가가 1만5950원으로 결정되면서 발행규모는 1020억 원으로 다소 줄었다. 이번 증자는 한진칼이 연초 한진해운 상표권을 매입하면서 늘어난 단기차입금을 일부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알려졌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란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참여는 흥행에 필수적이다. 특히 한진칼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30%를 밑돌고 있어 기관을 비롯한 기타 주주들의 참여가 관건이 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말 기준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통주 지분이 29.82%에 불과했다.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상당수 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보유한 한진칼 보통주 지분만 합쳐도 약 25%를 넘었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각각 한진칼 지분 9.73%(513만2233주)와 10.84%(572만1344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5.29%(279만541주)의 보통주 지분을 보유했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은 구주주 청약에 나서지 않을 경우 권리락 발생 전에 미리 보유주식을 처분하거나 신주인수권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지분가치 손실을 만회한다.

한진칼의 경우 27일 권리락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아직까지 유상증자에 영향을 미칠만한 뚜렷한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락이 발생해 기존 주주들이 증자 배정권리를 부여받은 상황에서 청약에 불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의 경우 자본잠식에 빠졌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이 제시한 할인율은 15% 수준이었지만 한진칼의 경우 20%를 제시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신주인수권 역시 청구 요청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제 활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권이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만 따로 뗀 증서를 말한다. 증자에 자금 투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신주인수권 매도를 통해 주가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다. 실제 청구를 하려면 신주인수권 상장 전에 주관사 측에 별도 요청을 해야 한다.

다만 주가 변동성은 아직 변수로 남아있다. 신주 발행가가 확정되기 전까지 한달 가량 주가가 급락할 경우 기관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확정 발행가가 기대치에 못 미치면 당초 목표로 했던 발행규모가 줄어 추가적인 조달을 고려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주가 방어를 위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주가가 2차 발행가 확정 전까지 단기 급락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