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01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WM)사업의 활성화를 노리는 시중은행들의 롤 모델로는 신한PWM이 1순위로 꼽히곤 한다. 여느 시중은행 PB와 WM담당 임원, 심지어 증권사 PB들조차 신한PWM의 성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NH금융이 의욕적으로 챙기고 있는 복합금융점포 역시 신한PWM의 사업 모델을 상당부분 차용한 것이 사실이다.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다소 식상한 말이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NH금융 복합금융점포의 성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더블 카운팅도 순조로워 보이고 은행과 증권사간 시너지 창출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신한PWM이 은행 중심의 복합금융점포인데 비해 NH금융의 복합금융점포는 증권사 중심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신한PWM의 자산이 대부분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투자로 이동하는 반면, NH농협금융의 복합금융점포는 NH투자증권에서 NH농협은행으로의 자산 이동도 제법 이뤄진다. 증권사 소속 PB도 더 많다. 계열사 간 인지도에서 NH투자증권이 NH농협은행에 비해 뒤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NH금융 계열사의 지점 간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광화문 일대를 살펴보면 서울파이낸스센터에는 NH투자증권에서 PB센터 역할을 하는 강북 프리미어 블루가 있다. 대각선 맞은편 동화면세점에는 복합금융점포인 NH금융PLUS 광화문금융센터가 있다. 여기에 명동과 남대문에는 NH투자증권의 대형점포인 WMC가 각각 위치해 있다. NH농협은행 지점도 프레스센터와 세종로금융센터, 종로 1가 등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점 모두에서 고액자산가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같은 계열사 지점끼리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는 불필요한 중복투자다. NH투자증권의 강북 프리미어블루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몸값 비싼 PB들을 잔뜩 모아놓은 것은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손익분기점(BEP)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런 실력 있는 PB들에게 일반고객을 상대하라고 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옆 동네 신한PWM은 다르다. 전국 27곳에 위치해 있는 신한PWM은 관할 지역을 나눈 뒤 해당 지역의 일반 지점과 역할을 구분한다. 일례로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의 경우 평창동과 성북동 등 서울 동북 지역을 담당하는데 이 지역의 일반 지점들은 금융자산 5억 원 이상의 고객들을 신한PWM과 공동으로 관리한다.
일반 지점의 PB들이 관리하는 고객이 PB센터로 넘어가도 '더블 카운팅'을 적용해준다. 자연히 같은 고객을 놓고 일반 지점과 PB센터 간 불필요한 힘겨루기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
이 같은 교통정리가 가능한 것은 신한금융지주가 계열사 간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자신들의 자산이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것에 반감을 나타낼 때 "다른 계열의 증권사로 빠지느니 같은 계열의 증권사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며 신한PWM의 더블카운팅을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NH금융지주에 이런 조정자 역할이 가능할까. 맏형격인 NH농협은행의 부실을 고통분담이란 명목으로 계열사에게 분담시키기 보다는 맏형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NH농협은행의 자산을 과감히 계열사로 이동시키고 더블카운팅을 정착시키는 장면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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