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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알, 만기 불문 5bp..데뷔부터 '갑질' [IB 수수료 점검]우량 신용도 기반, 저가 입찰 부채질…NH證 등 대형사 앞다퉈 순응

김시목 기자공개 2016-06-27 15:35:3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2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기 불문 5bp' 국내 회사채 시장에 데뷔한 한국철도공사 출자사 에스알이 첫 조달 파트너에게 건낸 수수료다. 비금융 일반 회사채(SB) 시장에서 이보다 낮은 수수료는 찾아 보기 어렵다. "아무리 국내 부채자본시장에 뉴 이슈 프리미엄(NIP)이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첫 발행부터 이 정도로 박한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에스알이 데뷔부터 제대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쟁입찰을 통해 금융지주사, 발전자회사 등 AAA급 우량 이슈어들보다 낮은 터무니 없는 인수수수료를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IB(투자은행) 간 출혈경쟁을 조장하면서 저가 수수료 관행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딜에 대표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을 비롯 대형 IB들 역시 앞다퉈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끼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에스알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다수의 IB들은 주관사 맨데이트 확보와 실적 쌓기를 위해 저가 수수료를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수수료율 고작 5bp…저가 보수로 주관경쟁 유도

에스알은 이달 28일 1500억 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지난 21일 수요예측까지 마쳤다. 최초 공모액만큼 조달을 진행할 경우 주관 및 인수를 단독으로 맡은 NH투자증권은 7500만 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게 된다. 수수료율은 만기 5년물, 7년물 모두 5bp다. 만기 기준 연환산한 실질 수수료율은 5년물의 경우 단 1bp, 7년물은 0.7bp에 불과하다.

앞서 에스알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뿌리고 주관사 선정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기업(에스알) 이해도, 마케팅 전략, 총액인수 여부, 인수수수료율 등. 사실상 IB들의 제안서 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하우스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AAA급 한국철도공사의 출자사로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확보는 무난했기 때문에 IB들이 눈독을 들여왔다"며 "에스알은 결국 IB들의 수수료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소한의 하한선도 없이 IB 간 출혈경쟁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에스알이 책정한 수수료율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회사채 조달을 마친 발행사 가운데 한국증권금융(AAA)을 제외하면 두 번째로 낮다. AAA급 신용도의 금융지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도 모두 10bp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AAA급의 발전자회사들도 20bp 가량을 책정한다.

에스알은 전날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무난히 투자자 모집을 완료됐다. 최초 공모액을 뛰어넘는 2000억 원의 자금이 몰린 것. 발행금리 역시 1% 후반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는 최근 훈풍이 돌고 있는 회사채 시장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청약결과라는 평가를 내놨다.

◇ 대형 IB, 앞다퉈 출혈 '제살 깎아먹기'

에스알은 지난달 RFP 발송과 함께 AAA급 신용도를 기대하는 점을 피력했다. 철도공사가 주요 주주로 우량 재무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 이를 통해 최적의 제안서를 받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예상보다 한 노치 아래인 AA+를 부여했다.

당시 설립 이래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우량 이슈어의 등장에 대형사를 비롯 국내 IB들은 너도나도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최저 수수료를 제시한 NH투자증권 외에도 제안서를 수령한 다수의 IB가 5bp 안팎의 수수료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일감을 다수 확보한 대형 증권사들이 앞장서 수수료율을 낮추는 행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이번 딜의 대표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은 이달 22일 기준 3조 9107억 원의 주관실적(점유율 20%)을 기록, 수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IB 관계자는 "발행사가 수수료율 경쟁을 부추기고, 대형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이에 따라 가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며 "IB업계의 수수료 난맥상이 어느 한쪽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이 재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수수료율 하한선 도입 등 극단적 처방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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