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23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수위 제약사들의 벤처캐피탈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초 벤처캐피탈 설립 계획을 밝힌 A사를 포함해 중견 제약사인 B사도 벤처캐피탈 진출을 모색중이다. 또 다른 제약사 C사는 이미 벤처캐피탈 설립과 법인 등록까지 마치고 펀드레이징(조합 자금유치)에 나서고 있다.이들 제약사들의 벤처캐피탈 업계 진출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않다. 구조적 제약 탓에 제약 모회사와 벤처캐피탈간 비즈니스 기회 마련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자칫 오너일가의 우회적인 상속 방편으로 벤처캐피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벤처캐피탈 진출을 추진중인 제약사 대부분은 현행법상 직접 벤처캐피탈을 설립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분류되는 이들 제약사는 상법상 금융투자회사인 벤처캐피탈을 자회사로 둘 수 없다. 자체 벤처캐피탈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신약 물질 연구에서 개발, 상업화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제약사들의 당초 계획이 설립 단계에서부터 가로막힌 셈이다.
물론 방법은 있다. 계열사로 묶여있지 않은 관계사가 벤처캐피탈에 출자하거나 그룹 오너일가가 직접 설립에 나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하면 된다. 설립작업을 마무리한 C사는 오너 일가가 벤처캐피탈 자본금 대부분을 부담했고 다른 제약사들도 오너나 오너일가의 개인 기업을 통해 벤처캐피탈을 세우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주주의 출자는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빈번했기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설립 목적이 상당부분 퇴색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벤처캐피탈 진출을 추진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오너 일가의 재산 상속을 위해 우회적 방편으로 벤처캐피탈을 이용하려 한다는 불편한 시선에 빠질 수 도 있다. 제한이 많은 제약사 지분 상속 대신 모회사의 전폭적 지원이 가능한 벤처캐피탈을 상속의 도구로 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몇몇 벤처캐피탈이 제약사의 벤처캐피탈 설립을 이 같은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대목이다.
초기 연구기관과 벤처투자, 제약사를 잇겠다는 제약사의 벤처캐피탈 진출은 분명 매력적이다. 새로운 지원을 통해 바이오 벤처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처럼 지분 상속이나 계열간 밀어주기 등의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오히려 업계 전반을 망치는 '썩은' 사과가 될 수 밖에 없다. 제약사 벤처캐피탈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하루빨리 바뀌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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