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01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시장에서 과학기술인공제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 기준이라면 아직 작은 LP에 불과하지만, 공제회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투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안정적 수익률을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정두영 자산운용본부장(사진)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 본부장이 과학기술인공제회의 투자 총괄 책임자로 부임한 지 이제 1년 반 정도. 부임 초기부터 별다른 적응기간이 필요 없었다는 그에게는 투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본부장은 한국주택은행을 거쳐 메리츠화재에서 20여 년간 자산운용 부문에서 투자경력을 쌓은 '준비된' 전문가였다. 특히 메리츠화재에서는 CIO를 맡아 주식·채권 등 직접투자 외에도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총괄했다.

증권투자(주식·채권), 실물금융(부동산·SOC), 기업투자 등 세 분야로 나눠진 과학기술인공제회의 자산운용본부를 총괄하는 데 그만한 적임자가 없는 셈이다. 이런 그에게 특별히 비중을 두는 투자부문이 있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대체투자를 꼽았다. 그는 "주식·채권의 기대수익은 높게 쳐서 4~5% 정도"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금융투자상품만으로는 공제회 회원들에게 약속한 가중평균회원지급률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가중평균회원지급률은 약 4.2%로 은행, 보험사 등은 물론이고 각종 공제회 중에서도 가장 높다. 지난해까진 다른 공제회 지급률보다 0.8~0.9%가량 높았고, 올해 기준으론 약 0.4% 높은 편이다. 그는 "현재 부담하는 회원지급률에 직원들 경비와 건물이용료, 약간의 초과 이익까지 내려면 5.5%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전통적 투자보다는 대체투자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는 공제회가 가장 액티브하게 검토 실행하는 분야다. 특히 업계 이목을 끄는 투자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다. 최근 과학기술인공제회는 370억 원 상당의 'SEMA-인터베스트바이오헬스케어전문투자조합'에 앵커투자자(Anchor LP)로 100억 원을 출자했다. 해당 펀드는 바이오 및 디지털 헬스케어에 결성액의 40% 이상,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 결성액의 20% 가량을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정 본부장은 "세계가 늙어가고 있고, 바이오와 헬스케어는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업종"이라며 "기술에 의해 생명이 길어졌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또다른 기술은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내년에는 캐나다, 미국 등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전문 바이오·헬스케어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GP(운용사)는 한정하지 않았지만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를 선도하는 외국계 GP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본부장은 공제회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자산으로 보다 빨리 눈돌릴 것을 내부 운용인력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제대로 된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평소 소신. 올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1억 달러(약 1154억 원)를 해외투자에 집행한다. 정 본부장은 "담당 직원을 보내 직접 GP를 찾아가 투자 건을 검토하게 했다"며 "집행할 PEF투자방식은 세컨더리, 펀드 오프 펀드 형식의 바이아웃, 그로스 투자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앞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해밀턴레인(Hamilton lane) 세컨더리 펀드에 2000만 달러(약 231억 원)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8000만 달러의 투자 집행 건이 남았다.

인프라펀드도 조만간 역외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최근 투자심위위원회를 열어 5000만 유로(약 619억 원)의 자금을 2곳의 GP에 맡기기로 했다. 정 본부장은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SOC쪽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규제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배당 위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자산규모가 늘어날 경우 해외투자본부 신설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교직원공제회도 운용규모를 크게 넘게 늘리면서 지난해 해외투자팀을 신설했다. 정 본부장은 운용규모가 커져야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의 파트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총 자산규모가 4조 2000억 원, 내년 말까지 5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속도대로라면 오는 2020년엔 과학기술인공제회의 운용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