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순항 현대상선, 구조조정 '살생부' 왜 올랐나 채권단, B등급 분류 검토…금감원과 논의서 '자율협약 기업' C등급 부여
안경주 기자공개 2016-08-08 09:05: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7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구조조정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됐다.한진해운의 경우 자금조달방안 마련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는 점에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료 인하 협상 등 채무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채권단은 현대상선을 B등급으로 분류할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과의 최종 논의 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7일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 1973개 중 60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하고, 최종 32개사를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신용위험평가는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은 정상기업, B등급은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하나 정상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에 해당하고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대상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평가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C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말 '대기업 신용위험 수시평가'에서 B등급으로 분류된 지 7개월 만에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B등급을 부여했지만 올해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해운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권은행이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영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현대상선에 대한 신용위험평가의 적정성이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애초 현대상선을 B등급으로 분류하고자 했으나 최종 검토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상선은 최근 재무적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개별 기준 현대상선은 총부채 5조 1767억 원, 총자본 975억 원으로 5307%의 부채비율을 보였다. 총 1조 3940억 원에 달하는 채권단(6840억 원), 사채권자(4200억 원), 용선주(2900억 원)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은 단숨에 254%로 축소됐다. 또 현대상선을 이끌 최고경영자(CEO) 인선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있어 채권은행들은 (현대상선을) C등급으로 분류하는데 반대했다"며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분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채권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가장 큰 고비인 채무조정 등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구조조정대상 업체인 C등급으로 분류되면 향후 경영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선 관계자는 "용선주 등 채무조정에 동의한 채권자들이 이번 평가 결과를 보고, 현대상선이 또 다시 위험에 빠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크로스 디폴트(연쇄지급불능) 등에 걸려 앞으로 남은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을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분류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금감원에 전달했지만 결국 C등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자율협약 중에 있는 기업의 신용위험평가 등급을 B등급으로 분류했지만,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C등급으로 분류토록 했다"며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정상화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이 B등급으로 분류돼 향후 형평성 논란도 나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정상 기업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대상 업체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수긍되지만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4조 2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은데다 재무구조 악화로 사실상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RG(선수금 환급보증) 콜 문제 등을 감안해 자율협약(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 유동성 위기로 인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상선보다 상황이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상기업으로 분류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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