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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리그, 해외투자 노하우·네트워크 강자 '진검승부' [산업은행 벤처펀드 GP선정]SBI인베·엠벤처·소프트뱅크 치열한 경쟁...모회사 지원여력도 변수

신수아 기자공개 2016-08-24 09:42:52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4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출자사업 대형리그의 최종 라운드에 이름을 올린 벤처 고수들 모두 '해외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투자인력·트랙레코드·운용전략 어느 것 하나 뒤질 것 없는 3곳의 벤처 강자인 소프트뱅크벤처스·SBI인베스트먼트·엠벤처투자는 2차 구술심사를 통해 진검승부에 나선다.

대형리그는 당초부터 고수들의 경쟁이 점쳐진 영역이다. 2000억 원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벤처캐피탈만이 지원할 수 있는 만큼 풍부한 업력과 탁월한 트랙레코드는 필수 조건이다. 운용사(GP) 자리를 꿰차면 400억 원을 거머쥘 수 있는 만큼 돌풍이 예상됐으나, 다수의 대형 벤처캐피탈이 사모펀드(PE) 출자사업으로 눈길을 돌려 최종 경쟁률은 2대1에 그쳤다.

경쟁의 질은 어느 리그보다 치열하다. 3곳의 벤처캐피탈 모두 '해외 진출 플랫폼'을 펀드의 콘셉트로 잡은데다 어느 벤처캐피탈 하나 소위 '빠지는 곳'이 없다는 평가다. 촘촘한 해외 네트워크는 물론 이미 해외 진출 펀드의 운용 경험도 모두 갖췄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과는 1차 정량평가와 현장실사, 그리고 2차 구술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산출된다"며 "큰 틀에서 정량적 요소가 큰 차이가 없는 벤처캐피탈의 경쟁인 만큼 1차 평가의 미묘한 점수 간극과 운용전략의 '한 끗' 차이가 결국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험이 곧 실력'... SBI인베 이끄는 핵심 인력 총 출동

SBI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부터 회수까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는 벤처캐피탈이다. SBI인베스트먼트는 800억 원 규모의 해외 진출 플랫폼 펀드를 결성해 이 기세를 이어간다는 복심이다.

참여하는 핵심 운용 인력만봐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바이오 베테랑이자 앞서 대표펀드매니저로 뚝심을 보여줬던 윤석원 상무가 다시 키를 잡았다. 이미 해외진출펀드를 운용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던 이준효 전무와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최남철 상무가 핵심 운용역으로 참여한다. SBI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1·2본부의 수장과 총괄본부장이 모두 운용에 나서는 셈이다.

SBI인베스트먼트은 '경험이 곧 실력'이라 믿고 있다. 2014년 말 결성한 600억 원 규모의 'SBI 아세안 스프링보드 투자조합'은 1년 반 사이 이미 70%의 투자가 이뤄졌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결성된 이 펀드는 19개 기업의 투자 재원으로 투입됐다.

피투자기업의 성격도 다채롭다. 해외 기업부터 해외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까지, 운용인력들의 투자 혜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한·중 B2B 플랫폼을 서비스 중인 방우마이·인공로봇기술기업 오리스(AURIS) 등이 SBI인베스트먼트의 러브콜을 받았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원더플레이스는 SBI인베스트먼트의 전방위 지원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원더플레이스는 중국 유통 대기업으로 꼽히는 골든이글(GE)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며 시장 안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의 전방위 지원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초기기업부터 성장, 해외 진출에 이르는 단계별 펀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이를 해외 진출을 목표로하는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 단계별로 지원해 투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발빠른 투자로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한 아세안 스프링보드 펀드에 이어, 산업은행 벤처펀드를 통해 다시 한번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다.

SBI인베스트먼트의 또 다른 저력은 국내외로 뻗은 네트워크다. 모그룹인 SBI그룹은 일본·중국·홍콩·러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아시아, 바레인 등 중동 시장까지 이어지는 해외망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금융 자금을 아우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 이스라엘·대만... 이번엔 '중화권'

엠벤처투자는 '엠벤처투자=해외통'이란 공식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700억 원에서 800억 원 규모의 해외 진출 펀드를 노리는 엠벤처투자는 블루런벤처스에서 10년 이상 벤처 투자에 몸 담아 온 황정준 전무를 대표펀드매니저로 내세웠다. 최근 엠벤처투자에 합류한 황 전무는 국내외를 아우르는 투자 실적을 보유한 업계 베테랑이다.

엠벤처투자 이미 2011년 한-이스라엘 1호 펀드인 맥펀드(Mac펀드)의 운용사로 낙점되며 해외 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파트너사 CBG(Consensus Business Group)·애거트 메디컬 인베스트먼트(Agate Medical investments) 등과 함께 해외 운용의 묘를 살려왔다는 평가는 받는다. 맥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내시경 개발 업체 피어메디컬은 2013년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엔도초이스에 인수·합병(M&A)되면서 지난해 뉴욕 증시까지 입성하기도 했다.

엠벤처투자 고유의 해외 협력 노하우는 중화권에서도 두드러진다. 엠벤처투자는 이미 2008년부터 엠차이나펀드1호를 결성하는 등 발빠른 행보로 해외통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지난해 1월에는 대만 유안타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성장사다리펀드의 K-Growth글로벌펀드 공동운용사(co-GP)로 선정되며 610억 원의 '글로벌성장지원투자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엠벤처투자와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유안타그룹은 중화권 투자의 적극적인 조력자로 나서는 상황이다. 엠벤처투자는 대만의 의료기기 업체 아이센서(Ixensor)의 투자 라운드에 중국 벤처캐피탈과 손잡고 국내 투자사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권역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유안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한편, 이스라엘 펀드 운용을 통해 갖춰진 엠벤처만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실제 기업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에 대한 특화된 지원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 국내외 스타트업 발굴 분주.... 해외 네트워크 강점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최소 800억 원 규모의 해외 진출 펀드 결성을 노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역사와 함께 해 온 베테랑 심사역 강동석 부사장이 대표펀드매니저로 나섰다. 최근 몇 년 사이 두 개의 해외 진출 펀드를 운용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해외 투자 경험과 유기적으로 얽힌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 투자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감지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투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1년 말 875억 원 규모의 'SB팬아시아펀드'를 결성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에 탄력을 받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해 1200억 원의 'SB글로벌스타펀드'를 조성하며 글로벌 투자 여력을 대폭 확대했다. 일회성 투자뿐 아니라 후속 투자 집행을 위해 펀드의 규모를 키웠다는 후문이다.

최근까지 해외 시장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30여 개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순수한 해외 스타트업은 10여 개, 한국인 창업자가 설립했으나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활약 중인 스타트업은 약 16개에 이른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일본 내 소셜 아바타 게임을 서비스 중인 코코네(Cocone), 인도네시아 오픈 마켓1위 기업 토코페디아(Tokopedia), 중국 앱 마켓 완도우지아(Wandoujia), 싱가폴 온라인 식료품 배송 서비스 레드마트(Redmart), 태국의 게임 퍼블리셔인 INI3 등을 발굴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통신기업 사구나 네트웍스(Saguna Networks)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5년간 해외 시장을 정조준해 온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태국·인도네시아·이스라엘·인도·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각국을 잇는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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