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먹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았지만 국내 금융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용어다. '먹고 튀다'라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주로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을 매수한 뒤 고배당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철수하는 것을 뜻한다.최근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생명보험이 먹튀의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대주주 인가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정책이 정치적 흐름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웃어넘길 수 없는 우려다. 여기에 최근 동양생명이 배당성향을 크게 상향조정하거나 중국인 등기임원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등 국부유출이 의심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그저 뜬소문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올해 상반기 등기이사(4명)의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1억 62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인 등기이사(4명)가 받았던 1인당 평균 보수액 1억 1700만 원 대비 38.46% 높은 수준이다.
정확히 어떤 등기이사가 얼마나 보수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한국인 등기임원 3명이 야오따펑 이사회 의장, 짱커, 뤄젠룽 부사장 등으로 교체됐음을 감안하면 이들 때문에 평균 보수액이 크게 인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뿐 아니다. 동양생명은 지난 2월 2015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633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40.48%에 이른다. 외국계가 아닌 다른 상장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의 눈치 때문에 배당성향을 30% 이상 높이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동양생명도 2013회계연도에는 배당성향이 27.33%에 그쳤다. 그러나 안방보험으로 대주주 변경절차가 진행되는 2년 동안 배당성향이 13.15%포인트 상향조정됐다.
배당성향과 등기이사의 보수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와 주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대주주가 외국인이라 해서 무작정 국부유출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속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고배당과 등기임원 연봉 인상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안방보험이 국내 보험계약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앞서 논란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정책이 최대주주 및 그 관계자를 위한 결정인지, 전체 주주와 국내 보험계약자를 위한 결정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달갑지 않은 먹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안방보험 스스로가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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