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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의 '자연주의' 고집 [thebell note]

노아름 기자공개 2016-08-29 08:29:48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위가 잠시 빗겨간 2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명동의 랜드마크' 격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앞은 인증샷을 찍는 이들로 가득했다. 대형 건물 외벽은 짙은 초록색 나무로 뒤덮여있어 멀리서도 한 눈에 보였다. 대만에서 온 주닝(40·여) 씨는 이 매장에서 화장품을 고르면서 "매장 안에 알로에나 살아있는 식물이 있어서 숲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감탄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청정 자연에서 찾은 성분을 화장품에 담는다'는 자연주의를 초기부터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연주의 사랑이 미국 땅에서 고비를 맞았다. 대형몰 입점 논의를 2년여 이어가는 동안 매장 인테리어로 냉가슴을 앓았다.

건물 외벽에는 사철나무를, 매장 내부에는 흙에 뿌리내린 식물과 화병에 담긴 생화 등을 각각 배치할 것. 네이처리퍼블릭만의 대형 매장 인테리어 매뉴얼이다. 하지만 해외 쇼핑몰은 벌레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살아있는 식물로 만드는 가든월(Garden Wall) 설치에 난색을 표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해외 진출과 브랜드 이미지 모두 포기할 수 없었다. 해외 진출 사업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는 협의 끝에 매장 내 돌멩이와 흙을 섞은 작은 화분을 놓아 친환경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아쉽지만 녹색 식물을 찍은 사진을 내거는 선에서 조율했다. 이마저도 매장 입점이 무산될 수 있어 조바심이 났다.

국내서도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연주의 고집을 이어갔다.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유행이 번지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들이 올해 출시한 캐릭터 상품은 0개. 기자가 "타사는 귀여운 케이스를 내세워 입소문을 내고 있다"고 언급하자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테이블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다. 고심 끝에 입을 뗀 그는 "기술적으로 어럽지 않고 결단만 내리면 되는 문제"라면서 "하지만 케이스에 캐릭터를 입히면 자연주의가 퇴색될까 우려해 실행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저가 상품이 주력인 로드샵 브랜드에 있어 유행은 곧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화장품 회사가 "윤리의식이 없다"고 욕 먹을 것을 각오하면서 미투(카피)상품을 내는 것도, 해외 유명 캐릭터에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가며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은 단기 매출 대신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화장품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레드오션이 된 지금 네이처리퍼블릭의 뚝심은 어찌 보면 똑똑한 전략일지 모른다. '자연주의 공화국'으로 번역돼 특별한 설명 없이도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는 태생적 장점 또한 있다. 특히 해외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미운정 고운정이 든 전 대표를 떠나 보냈고 사업 철학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의 새 대표를 맞이했다. 오랜 꿈인 상장을 바라보며 국내·외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중이다. 외풍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네이처리퍼블릭. 이들의 '이유 있는' 고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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