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06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은 증권시장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주가가 급등하기 전 미공개정보를 애널리스트에 흘렸다는 이유로 관련 연구원들은 실형을 받았다. 수년간 한미약품에 몸담으며 살림을 도맡아왔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로 인해 회사를 떠났다.올해도 증권시장 관련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계약한 폐암신약 '올무티닙' 라이선스 권리를 반환하면서 촉발됐다. 한미약품의 자랑이었던 주가는 이틀새 30% 가까이 하락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내용의 늑장공시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미약품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악재 소식을 장이 끝난 오후 7시에 받아들였고, 마침 그 시점에 거래소 담당자들도 퇴근해 당직자만 남았다. 한미약품은 정정공시인 만큼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저지른 실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더욱 매끄럽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 절차를 진행하던 중 공시는 다음 날 장이 시작한 뒤 29분 뒤에나 세간에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변명이 아예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올무티닙 반환이라는 악재 공시 이전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의 1조 원 규모 신규 기술수출 계약만 봐도 드러난다. 한미약품이 제넨텍과 계약을 체결한 건 공시 당일 아침 9시다. 이후 관련 내용을 정리한 뒤 장이 파한 오후 4시가 넘어서 공시가 이뤄졌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공시와 관련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한미약품에 새겨진 흠결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한미약품에 대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안타까운 건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성과까지 증권시장 관련 이슈와 도매금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신약 최초로 혁신 치료제 등록과 총액 8조 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다국적 제약사들 틈바구니에 낀 판매대행사에 불과했다. 한미약품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저마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 가운데 증권시장 이슈에 갇혀버린 한미약품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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