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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판토스 '운임인하 요구' 협력사 반발 중소선사·포워딩 선주협회 통해 항의, 수장 교체 후 공격영업 행보

이효범 기자/ 김성미 기자공개 2016-10-14 08:55:0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3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한판토스가 일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수주영업에 나서면서 중소선사와 포워딩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장에 형성된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일감을 수주하면서 중소선사들에게 운임인하를, 중소포워딩업체에 저가 운송계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상사에 편입된 이후 대표이사가 교체된 가운데 범한판토스가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격적인 수주 영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 물량에 더해 외부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선사들과 포워딩업체들이 범한판토스의 저가 수주를 두고 '업계의 질서를 흐린다'는 취지로 한국선주협회에 항의했다. 범한판토스가 물동량 경쟁으로 저가 수주 후 중소선사 및 포워딩업체에 불합리한 운임 인하와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범한판토스는 3자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물류기업이다. 주로 대기업 화주로부터 일감을 받아 2차 협력사인 중소선사나 중소포워딩업체들과 직접적으로 거래한다. 범한판토스가 직접 해운사에 접촉해 운송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일감을 중소포워딩업체에 넘기는 대기업 화주와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운송 계약 체결 후에도 빈번한 재협상으로 운임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선사 및 중소형 포워딩업체들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수퍼갑질'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중소 중견 선사 및 포워딩업체들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워딩업계 한 관계자는 "일감 수주를 위해 비딩에 들어가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대비 최대 200달러까지 운임을 낮춰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중소포워딩업체들이 주로 하던 일감에도 손을 대는 등 골목상권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범한판토스 영업실적 추이

범한판토스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2조 1887억 원, 영업이익 773억 원, 순이익 1067억 원을 각각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98%, 26.59%씩 증가했다. 순이익도 45.07% 늘어났다. 2010년 이후로 순이익이 1000억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다만 매출액은 2010년 2조 225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1년~2014년까지 2조 원 안팎에 형성되는데 그쳤다. 지난해 매출액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2010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한판토스 매출의 절반 이상은 LG그룹 계열사에게서 확보한 일감에서 발생한다. 매출의 10% 이상을 거래하는 주요 고객으로는 LG전자와 LG화학 그리고 그 종속기업들이 있다. 지난해 LG전자와 그 종속기업으로부터 9495억 원, LG화학과 그 종속기업으로부터 2485억 원 등 총 1조 1979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와 더불어 매출의 10% 이하를 거래하는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을 합하면 총 1조 2083억 원 수준이다.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는 9797억 원,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는 2287억 원이다. 이를 고려할 때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계열사간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최원혁 범한판토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올해 들어 매출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11월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 부사장이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6월까지 CJ대한통운에 글로벌 부사장으로 몸담으면서 해외사업을 견인했다. 지난 30여 년간 주로 해외 물류, 포워딩, 3PL 및 IT통합 프로젝트 업무 등을 담당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 이후 내부적으로 영업직원들에게 매출증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낮은 운임에 일감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이같은 출혈경쟁은 범한판토스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 있는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또 일부에서는 범한판토스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외부 일감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범한판토스는 오너일가의 지분이 30%를 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거래 비중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저가수주라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일감을 수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또 수주 영업시 올해 전략적으로 매출 성장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범한판토스는 지난 5월 LG상사에 인수된 이후 LG전자 물류 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항공, 해운 물류사업에 하이로지스틱스의 육상 물류 경쟁력을 더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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