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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부자를 믿지마라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차장공개 2016-10-31 08:12:08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6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자는 X세대다. X세대는 세대 구분을 넘어 문화였고 사회 현상이었다. 그런데 동시대를 살았던 지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X세대가 조금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실체로서 스스로를 X세대라 여기는 혹은 칭하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호하고 잡히지도 않는 부류를 언론들이 X세대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이슈화한 건 아닐까.

자산관리 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카테고리화된 부류가 바로 '강남 부자'다. 강남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지가 모든 이들의 관심사다. 언론은 '강남 부자들은 OO에 투자한다'는 식의 보도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강남 부자들이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하는 것처럼.

이에 대해 강남 소재 모 증권사 PB가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로부터 취재가 들어오면 초년병 시절에는 자기 손님들의 투자 스타일이 어떤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답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자기 생각을 말한다고 한다. 강남 부자들을 특징짓기에 모호하고 투자 스타일도 제각각인데 보편화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B들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PB들도 모르는 강남부자들만의 투자 문화가 있든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선 증권사 PB는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강남 부자'들의 생각과 투자 방식은 결국 강남 소재 PB들의 그것일 뿐"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강남 부자들의 투자동향은 PB들의 동향이요, 또 그 PB가 속해 있는 증권사의 동향일 뿐이다.

강남 뿐 아니라 한국 부자들의 특징이 있기는 하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금융상품 트렌드보다 부동산이나 세금 관련 정부 정책이나 증여·상속 등 부의 이전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최신 금융상품이 즐비한 금융시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들에 더욱 관심이 많은 셈이다.

X세대가 번창하던 90년대. 쏟아졌던 건 자유로운 사고와 문화, 걸출한 인물이라기보다 음악과 의류, 화장품, 음식 등 그 세대를 위한 소비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X세대는 문화나 시대 정신이라기보다 상품 소비군에 더 적합한 용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강남부자라는 지역과 시대의 아이콘 역시 새로운 소비 창출을 위한 가상의 용어가 아닐까 딴지를 걸어 본다. 언론 그리고 금융회사들이 강남부자를 금융상품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최첨단 투자에 나서는 강남부자들이 '바로 나'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둘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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