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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파워넷, '법정관리 만점 졸업' R&D서 답을 찾다①자금압박 불구 연구 인력 3배 늘려, '韓 개발·中 생산' 이원화 정착

박창현 기자공개 2016-11-15 07:35:00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 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6년 10월 31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정관리,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눈 앞에 닥쳤다. 2005년의 일이다. 신규사업인 초고속인터넷망(ADSL) 모뎀 시장에 의욕만 갖고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2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거래선 확보에 실패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수주 기업에게 법정관리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당장 납품처와의 거래 유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수 십년간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100명이 넘는 직원 수는 20명 남짓으로 줄었다.

악재로 가득했지만 주력인 전력변환장치(SMPS) 시장에서의 경쟁력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SMPS는 전기기기부터 통신, 의료, 군사 위성 등 모든 형태의 전자장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부품이다. 전세계적으로 시장규모는 D램 반도체보다 큰 70조 원 수준에 이른다. 더욱이 전자제품의 융복합화와 경량화, 전자화 추세로 SMPS 시장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다행히 핵심 거래처들도 파워넷을 믿어줬다. 20년 이상 주력 공급사로서 쌓아온 신뢰와 축적된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 거래 관계는 유지됐고, 그렇게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2009년 파워넷은 다시 한번 변혁기를 맞는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새주인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M&A) 절차가 진행됐다. 본입찰 끝에 그해 12월 KB투자증권과 아이젠투자자문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PEF)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재무적투자자(FI)가 새주인으로 낙점되자 직원들은 걱정이 앞섰다.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FI들이 영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05_연구개발비

신규 연구개발(R&D) 재원이 필요한 파워넷과 경쟁력 있는 투자처를 찾았던 KB-아이젠 PEF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원활한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 집행을 위해 새주인은 인수 직후 정리 채권과 정리담보권, 미지급비용 등 250억 원을 100% 조기 변제했다.

각종 채무 관계에서 자유로워진 파워넷과 KB-아이젠 PEF는 R&D 투자에 방점을 찍고 경영활동을 펼쳐나간다. 5년 간의 법정관리 기간은 파워넷에게 기회비용과 다름없었다. 경쟁사들은 SMPS 시장 호황의 과실을 독차지하면서 저 멀리 앞서 나갔다. 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 모두 차이가 벌어졌다.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R&D 투자밖에 방법이 없었다. 인수 이듬해인 2010년을 기점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한 집중 투자가 시작된다.

04_인력투자

가장 먼저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다. 법정관리 기간에는 비용 관리를 위해 제한적 예산 범위 내에서 연구비를 써야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굴레에서 벗아나자 곧바로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다. 법정관리 졸업 첫 해에만 파워넷은 연구개발비로 총 20억 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규모다.

R&D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워넷은 지난해까지 매년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다. 2012년 3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39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개발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연구 인력도 강화됐다. 2010년 당시 19명에 불과했던 연구인력은 현재 58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본사 기준 전체 인원에서 연구소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33%에서 54%까지 확대됐다. 파워넷의 연구개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R&D 투자가 이뤄졌다면 해외에서는 설비 투자가 집행됐다. 파워넷은 2000년 이후 채산성을 고려해 중국을 생산기지로 낙점했다. 법정관리 기간 동안 거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던 중국 선양법인에 새 자금을 수혈한다. 실제 작년까지 선양 법인에 투입된 자금만 20억 원이 넘는다.

06_생산설비투자

아울러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신규 공장 인수도 성사시켰다. 파워넷은 2011년 ㈜웨이브파워로부터 'QINGDAO DANAM ELECTRONICS(현 칭따오 법인)' 지분 100%를 사들인다. 인수비용과 신규 설비 투자 자금까지 포함해 총 30억 원이 투입됐다.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생산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설비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생산 능력이 40% 이상 늘어났다. 선양법인의 경우 생산라인이 작년 10개에서 올해 15개로 늘어나면서 월 생산대수가 160만 개에서 240만 개로 향상됐다. 칭따오법인 역시 1개 라인이 늘어나 현재 6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월 생산 능력도 65만 개에서 80만 개로 증가했다.

양승환 파워넷 대표이사는 "칭따오와 선양 현지법인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재 현지 인력수만 1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생산 체제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묵묵히 지속됐던 R&D 투자는 재작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파워넷은 뛰어난 R&D 역량을 토대로 전자제품은 물론 비데와 LED 조명, 레이저 프린터, 보안카메라까지 적용 제품군을 크게 확대시켰다. 그 결과 납품 고객사와 취급 제품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7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 총액은 작년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인 57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과 이익 모두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파워넷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택했다. 이제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내놓고 있다. 전장 사업 등 아직 싹을 틔우지 않은 씨앗들도 많다. 파워넷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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