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03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부가 향후 5년 간 국내 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에 2500억 원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이번 계획의 첫 포석이 담긴 기획재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정부 부처가 소관 산업의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려고 벤처펀드를 만드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부처 대다수가 저마다 벤처펀드에 출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다만 환경부의 방침에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새로 출범시킬 벤처펀드(미래환경산업펀드)의 운용기관을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
정부 부처 대부분은 벤처펀드의 관리 사무를 모두 한국벤처투자에 위탁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각 부처에서 모은 출자 예산을 한국모태펀드라는 큰 틀에 담아 관리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을 따로 만드는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여유로울 수 없는 환경부의 입장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환경 산업의 수익 모델은 B2G(Business to Goverment)와 B2B(Business to Business) 형태가 대부분이다. 환경 업체들은 수익 구조가 열악한 동시에 투자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재무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은 결국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회수하는 기간과 자금을 운용하는 기간이 '미스 매칭'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환경 벤처가 투자유치 후 수익을 얻으려면 평균 7년이 필요하다. 반면 벤처펀드가 투자 후 회수하는 시점은 보통 5년을 넘지 않는다.
벤처캐피탈은 '열악한 투자처'와 '중장기 투자'라는 이중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IPO와 인수합병(M&A)으로 '잭팟'을 터뜨렸다는 성공담도 들려오지 않는다. 미래환경산업펀드를 조기 안착시키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우선 환경 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산업의 성장에 대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확신이 필요하다. 환경 정책 동향과 신기술, 투자처 평판 등을 제공하며 투자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해소시켜야 한다.
한국벤처투자는 환경부측의 이런 기대를 짊어질 수 없다. 물론 한국벤처투자는 운용사 선정과 펀드 관리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모든 정부 부처의 벤처펀드를 총괄하는 만큼 환경 분야만 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 벤처들은 대기업과 외국기업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영세한 경영 환경에서 벗어나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벤처투자 시스템을 조기 정착시키려는 환경부의 독자 노선은 절묘한 한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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