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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핵심고객은 수익자 아닌 판매사 [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 / 총론]①운용사 마케팅, 대형 은행 및 증권사 초점

박상희 기자공개 2016-11-17 09:52:02

[편집자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판매할 때 어떤 판매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을까. 지금까지 개별 운용사의 펀드 판매 현황 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쉽게 확인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와의 실질적인 혹은 숨겨진 비즈니스 관계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더벨은 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운용사와 판매사 간의 역학관계, 은행 및 증권사 간의 경쟁구도 등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8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게 펀드 성과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게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 관리다. 펀드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판매사에서 적극적으로 판매에 임하지 않으면 가입자를 확보하고 설정액을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운용사 리테일 마케팅 부서의 주요 업무인 상품 개발 및 론칭, 상품 설명회 및 판매 프로모션 등은 모두 판매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펀드 판매가 주로 대형 은행 및 증권사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펀드에 가입한 실제 수익자보다 펀드를 판매하는 가입자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구조다. 판매사 앞에서 운용사는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이 된다.

◇운용사의 고객 관리는 수익자 아닌 판매사 관리

자산운용사 마케팅 업무 담당자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의 하나가 '고객 관리'다. 여기서 고객이란 펀드 가입자나 수익자가 아닌 판매사를 지칭한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투자일임 자금을 맡기는 기관투자가나 사모펀드 가입자가 아닌 이상 공모펀드에 가입하는 개인투자자는 십중팔구 판매사를 통하기 때문이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펀드를 판매하려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집합투자증권 투자매매·중개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 가운데 핵심 판매사는 단연 시중 은행 및 대형 증권사다.

운용사 마케팅 업무를 10년 이상 해오고 있는 A자산운용사 임원은 "아무리 상품 구조가 탄탄하고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에 펀드가 출시돼도 판매사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면서 "지점 개수 등 리테일 망이 탄탄한 시중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를 판매사로 확보하느냐 여부가 펀드 출시 성공을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신규 펀드를 출시했다고 운용사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를 열심히 해도 판매사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그만큼 판매사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판매사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신규로 출시된 공모펀드 가운데 주식형펀드의 경우 100억 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은 상품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흥행에 성공한 펀드는 대부분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운용규모가 200억 원이 넘는 'KB밸류초이스목표전환증권투자신탁(주식)'의 경우 100% SC은행에서 판매됐다. '신한BNPP커버드콜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은 대표펀드(C-A1) 기준 100% 신한은행에서 판매됐다. 해당 클래스 운용규모만 571억 원이다.

상품 출시 초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펀드 가입 이벤트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자산운용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최근엔 퇴직연금을 비롯한 IRP·연금저축펀드 등 연금펀드나 온라인펀드 가입 이벤트가 주를 이룬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가입 이벤트를 연다는 공지가 주로 판매사에서 나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비용을 판매사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운용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또한 판매사 관리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D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투자자 관심이나 투자심리를 환기시키기 위한 차원의 이벤트 취지는 좋지만 그 비용 대부분은 운용사에서 부담한다"면서 "펀드 가입자가 늘어나면 운용사만 좋은 게 아니라 판매사도 판매수수료 및 보수가 늘어나 윈윈할 수 있는데, 비용을 운용사 측에만 물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운용 책임자인 CIO도 종종 마케팅 소환..수익률 관리도 일차는 판매사 통해

상품 출시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판매사 관리가 끝난 게 아니다. 수익률 추이 변화에 따른 추가 활동이 뒤따른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은 일간, 주간 단위로 수시로 체크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 조그만 이벤트라도 발생하면 판매사에서 바로바로 연락이 온다"면서 "최근에는 수익률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와 판매사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고객들은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 운용사로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대다수 수익자들은 가입 당시 채널인 은행이나 증권사에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판매사가 수익률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론칭을 위해 운용사 CIO(최고투자책임자)가 판매사를 방문하거나 가입자 확보를 위해 지방 지점에 설명회를 직접 뛰는 일도 부지기수다. 채널 확보 및 가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자 넓은 의미의 고객(판매사) 관리다.

C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시중은행 펀드 담당자가 회사 운용철학과 펀드 운용전략을 듣고 싶다며 회사를 직접 방문한 일이 있어 깜짝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면서 "은행의 펀드 담당자는 주로 부부장이나 부장급이고, 운용사 CIO는 임원급인데도 불구하고 운용사 측에서 판매사를 찾아가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고 전했다.

D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IO는 직책 그대로 투자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만큼 운용에 신경을 써야하는데 마케팅 일정을 불려다닐 때가 많아 미안하게 생각될 때가 많다"면서도 "판매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CIO가 직접 와서 투자철학이나 운용전략 등을 설명해야 마케팅 효과가 올라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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