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11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700억 원', 농협이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추진했던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에 당장 고민해야 하는 숫자다.

3700억 원은 내년도 농업금융채권(이하 농금채) 이자 직접 부담 500억 원과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시 단위농협의 보험판매 수익 예상 감소분 3200억 원을 더한 수치다.

농협은 지난 2012년 사업구조 개편 계획에 따라 '1중앙회 -2지주(금융지주, 경제지주) 체제'로 변화를 추진해 왔다. 이중 마지막 퍼즐인 농협경제지주로의 농협중앙회 전 경제사업 이관은 내년 1월 1일자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경제사업 이관은 1조 8454억 원 규모의 영업양수도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는 현물출자와 신주교환 방식을 택하면서 실질적인 자금 부담은 제로다.

반면 2012년 사업구조 개편 당시 약정했던 MOU상 정부지원 등도 내년 3월 이후 종료되면서 농협은 3700억 원의 예상 손실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다.

◇정부, 농금채 이자 내년도분 일부만 지원

우선 3700억 원 중 첫번째 고민은 500억 원의 농금채 이자 직접 부담이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 비용 충당을 위해 2012년 4조 원, 2013년 5000억 원 등 총 4조 5000억 원의 농금채를 발행했다. 정부는 5년간 농금채 이자를 보전해주기로 약정했다.

내년 2월 4조 원의 농금채 이자보전은 끝난다. 정부는 이자보전 중단을 감안해 내년도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금채 이자보전 예산을 525억 원으로 잡았다. 2012년 발행 농금채 4조 원의 연간 이자 중 1/4만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2017년 이자보전 예산은 2016년 1694억 원의 31% 수준에 불과했다.

농협중앙회는 당장 이자보전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마지막 동아줄로 농협중앙회는 국회에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협의 자구노력 이행을 전제로 2017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어촌구조개선사업계정) 예산 수정안을 의결했다. 예산안 수정으로 2017년 농협중앙회 농금채 이자보전 예산은 525억 원에서 1002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조차 2017년 4조5000억 원 농금채 연 총 이자에는 약 500억 원이 부족하다. 즉 농협중앙회는 정부지원 확대로 부담이 줄긴 했지만 2017년에 500억 원의 이자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당장 내년도만 고민이 아니다. 농금채 이자보전 기간 연장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 2017년을 버텨도 2018년에는 연간 약 1600억 원의 농금채 이자를 직접 부담할 수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한 관계자는 "자구계획 국회 제출을 조건으로 예산안이 수정된 것으로, 아직 국회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다"며 "이번 예산안 수정은 내년도 이자 보전예산 증액일 뿐 2018년부터의 이자보전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카룰 25% 유예 불발시 1100개 조합 수익 타격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2012년 공제사업을 이관해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를 출범시켰다. 민영보험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진출 당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방카슈랑스 25%룰 규제 적용 5년간 유예 특례를 받았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방카슈랑스 25%룰 규제 적용 유예는 내년 2월 끝난다. 추가로 5년을 더 유예하자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지난 9월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위에만 회부돼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영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방카슈랑스 판매로 7200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1100여개 전국 단위농협 경영에 직격탄이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방카슈랑스 25%룰 유예가 끝나면 농협조합의 보험료 수수료는 약 56%, 당기순이익은 20.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통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농협조합의 기존 7200억 원 수수료 수입은 56% 수준인 4000억 원으로, 기존보다 3200억 원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