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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인력 활용방안 고민해야 [thebell note]

이호정 기자공개 2016-11-18 15:52:45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7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쯤부터 알고 지낸 A부장이 며칠전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들뜬 목소리로 한진해운 미주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M(삼라마이더스)그룹의 계열사 대한해운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밝은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본계약 과정에서 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해도 되나 싶어 걱정도 됐다.

전화를 끊고 천천히 대화 내용을 곱씹어 보니 그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직장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한해운 소속으로 남을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고용승계 가능성이 열린 것만으로도 기뻤던 것이다.

이날 한진해운 직원 중 상당수는 A부장과 동일한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만났던 한진해운 직원들이 자신의 거취 문제뿐만 아니라 비슷한 연배의 기혼자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 털어놓았던 까닭이다.

현재 한진해운에는 약 600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 이중 과반이상은 30~40대 기혼자로 알려졌다. 때문에 법정관리 이후 육상직원들이 신규로 만든 육원노조도 고용승계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원도 한진해운 직원들의 이런 열망을 알기에 대한해운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다만 대한해운이 끌어안는 인력은 300명 미만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영정상화 절차가 남아있는 터라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 승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2주 안에 한진해운에 남아있는 직원의 대다수는 짐을 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건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국내 1위, 세계 6위권 국적선사에 수십 년 동안 몸담으면서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들을 잃는 것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라는 자산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는 정부나 업계 모두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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