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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코스닥행에 대한 의구심 [thebell note]

류 석 기자공개 2016-11-21 08:21:49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8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공개시장에 입성하는 벤처캐피탈이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2000년 우리기술투자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이후 약 17년 만의 일이다.

보통 한 업계에서 상장사가 탄생하는 것은 업계 안 다른 기업들도 반가워할 일이다. 그만큼 산업 자체가 성숙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코스닥 상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사모투자를 하는 업의 특성상 벤처캐피탈이 공개시장에 입성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 전 회사가 가진 투자 전략이나 투자 포트폴리오, 유한책임출자자(LP) 등 경영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공개해야 하는데,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A벤처캐피탈 대표는 "원래 벤처캐피탈은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아 금융수익을 거두는 일은 하는 회사"라며 "상장사가 여럿 탄생함으로써 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할 수는 있겠지만, 업의 본질을 지키면서 질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주주가 없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이 늘고 있다. 자금을 쥐고 있는 모회사나 대주주, 관리자로부터 투자에 있어서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회사의 주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상장에 나선 벤처캐피탈들도 이해는 된다. 큰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서는 자체 자금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벤처캐피탈은 펀드 결성마다 2%~5% 수준의 GP커밋(업무집행조합원 의무출자)을 출자해야 한다.

만약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려면, 최대 50억 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 1금융권에서 중소형 벤처캐피탈이 10억 원 이상을 차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상장 주식을 담보로 보다 큰 규모의 차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상장 목적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GP커밋은 일시에 납입하는 금액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투자 수요에 맞춰 납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의 규모에 걸맞게 단계적으로 펀드를 결성해나간다면, 결코 GP커밋이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소 이자부담은 있지만 2금융권을 통해 차입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들은 자금이 부족할 경우 캐피탈사로부터 차입해 GP커밋을 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기자를 포함해 벤처캐피탈업계 전체가 갖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상장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일이고, 어색해서일 수도 있다. 또 '공개시장에 나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애정 어린 걱정도 포함돼 있다. 상장의 본래 목적인 벤처캐피탈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이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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