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순실 후폭풍]'이재용號' 뉴삼성, 출항과 동시에 내우외환 '파고'②정치권 규제안, 삼성그룹 '정조준'…지배구조재편 차질 가능성
정호창 기자공개 2016-11-22 09:12:00
[편집자주]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문화·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정경유착' 의혹에 다시 휩싸이게 된 재계는 강도높은 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순실발(發) '나비효과'가 향후 국내 경제와 재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1일 0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를 덮친 '최순실 게이트'의 거센 파고를 가장 선두에 서서 맞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기부한데다, 별도로 최씨와 그녀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에게 35억 원을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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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중심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삼성그룹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삼성생명 중간지주사 추진 등 지배구조 핵심 재편안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삼성그룹은 다른 해법 모색이 불가피해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소모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특검' 후 8년 반만에 검찰 수사, '도덕성 논란' 재점화
삼성그룹은 최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어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박성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줄지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 역시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한 데다, 최씨와 딸 정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지원해 뇌물공여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삼성그룹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건 2008년 4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삼성 특검' 수사를 받은 이후 8년 7개월만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재계를 대표해 국민적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출연금을 기부했고, 코레스포츠 지원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서 국가대표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 같은 항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워낙 싸늘해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진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당장 코 앞에 닥친 큰 난관이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혹여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경영활동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규제 강화 타깃 1순위, 지배구조재편 '험난'
삼성그룹에 있어 검찰 수사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정치권에서 쏟아낼 기업규제 법안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계 서열 1위 그룹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 아직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정치권 입장에선 국민에게 각인될 다양한 경제민주화 입법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20대 국회 출범 후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발의된 기업규제 법안의 상당수 역시 삼성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법제화될 경우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이사회의 빗장이 외국인 주주나 소액주주 대표자 등 외부에 열릴 수 있다.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8% 수준에 그치는 반면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은 50%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외부주주 대표 입성이 현실화되면 총수 중심의 제왕적 의사결정구조를 개혁한 대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기업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은 효력을 얻을 경우 삼성전자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제동을 거는 아킬레스건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그간 시민단체 등에선 정부가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어준 지주사 제도가 오너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손쉽게 강화해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던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도입도 이번 사태로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혜를 입는 기업이 사실상 삼성생명 정도에 그쳐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선 재벌그룹에 대한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공익법인 보유 의결권 제한과 순환출자 해소 법안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위협이 될 규제로 꼽힌다. 삼성그룹 산하의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7% 가량을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 등을 중심으로 7개를 보유 중이다. 해당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삼성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계열사 지배구조 정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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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대외 신인도 하락, 해외자본 공격 빌미 '내우외환'
이번 사태로 기업 이미지와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홍역을 겪었다. 제품 안정성과 브랜드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겨 스마트폰 사업의 회복을 위해선 차기작인 '갤럭시S8'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번 의혹으로 국내외 고객의 호감과 충성도가 떨어져 제품 판매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자본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투자자들은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권력과 연관된 단체에 거액의 출연금을 선뜻 기부한 행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재벌 특유의 오너 중심 의사결정구조에서 기인한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 등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에게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이 주주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사회 개방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외국인 주주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을 공략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투기자본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엘리엇은 이미 삼성전자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편과 이사회 구성원 확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공식 출범해 이제 막 닻을 올린 이재용호(號)가 먼 바다에 나서기도 전 맞이한 '내우외환' 파고를 어떻게 넘을 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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