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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주로서도 합병 찬성이 옳았다" [국민연금 삼성 특혜 논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근거..당시 건설업황 PBR 낮았다

박상희 기자/ 김기정 기자공개 2016-11-30 10:09:26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8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됐는데도 합병에 찬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로서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의 의사결정이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 측에 특혜를 줬다는 주요 근거로 이야기되는 합병비율은 삼성물산에 다소 불리하게 산정됐지만, 자본시장법에 근거한만큼 법적 하자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물산이 영위하는 건설업황 전망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게 삼성물산 주주로서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평이다.

◇ 삼성물산에 불합리한 합병 비율..그래도 합병 찬성이 더 나은 의사결정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양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기준일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은 삼성물산 11.2%(1조 2200억원), 제일모직 4.8%(1조1800억원)였다. 지분율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슷한 사이즈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비율은 당시 두 회사의 주가를 근거로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의 비율로 정해졌다.

지분율로 따지면 삼성물산 보유량이 더 높은만큼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 반대표를 던졌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주된 논리다. 하지만 합병이란 게 두 회사 양측의 유불리, 향후 업황 전망, 주가 추이 등을 모두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무조건 지분율이 더 높은 회사 입장 입장에서 표를 던질 수는 없다는게 운용업계의 분석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모두 들고 있지 않았던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주이지만 동시에 제일모직의 주주이기도 하다"면서 "합병에 찬성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이 두 회사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두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것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모두가 주지하는 바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자산가치 등을 감안해 합병비율이 1대 0.46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Elliot)이 요구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1.16이었다

1대 0.35로 정해진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방식인 이사회결의 이전 한달, 1주일, 직전일의 주가와 거래량을 반영해 가중평균해 계산한 것이다.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등을 합병 비율에 반영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산정방식은 자본시장법을 따르는 시장가치 대비 주관적 관점과 비합리적인 가정 등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시장가치에 근거한 합병비율을 따르는 게 삼성물산 주주로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따른 만큼 법적 이슈는 없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합병 찬성 근거 중의 하나는 삼성물산이 영위하는 업황이 계속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병 당시 건설업종 평균 PBR(순자산주가비율)은 코스피 평균인 1배가 되지 않았고, 현재도 삼성물산을 비롯한 현대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PBR은 0.5배에서 0.8배 사이에 머물고 있다.

양사 합병에 찬성표를 행사했던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일모직 주주 입장은 차치하고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건설업황이 계속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를 끌어올릴 별다른 호재가 없었고, 장기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오히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볼 때 더 나은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이같은 해석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 및 주식가치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는 국민연금의 설명과 일정 부분 일치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및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데 따른 결과"라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 해외 투기세력서 국내 기업 지키자는 국민 정서 등도 감안해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수 천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장 정보업체 재벌닷컴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평가손실 5900억원을 입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가치가 2조1050억원에서 1조5187억원으로 약 5900억원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합병으로 인한 투자손익은 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주가 차이가 천차만별인만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은 최고 17만 원 가까이 오를 때도 있었다"면서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것을 이유로 투자손실을 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합 삼성물산 주가의 변동 폭은 지난 1년2개월여간 5만 원이 넘는다. 합병일인 지난해 9월 1일 이후 종가기준 최저가는 올해 6월2일 11만2000원으로 최고가는 지난 10월25일 16만9000원이었다.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지분율이나 합병비율 논란 등을 떠나서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국민 정서를 감안해 찬성표를 던질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외국 투가자본에 맞서 국내 대표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국익차원에서 국민연금이 백기사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개인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국민연금의 최우선 목표는 '수익률 제고'지만 연금이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정서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국내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수익률 제고이고 그 다음이 국민 정서"라며 "공개매수에 반대한 한온시스템 등 사례 등을 봤을 때 국내 기업을 해외에 유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꺼려한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가 상승 후 차익을 실현하면 그만인 엘리엇과 사정이 다르다"며 "설사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책정됐더라도 합병에 찬성하는 게 여러모로 옳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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