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꼰대 펀드매니저가 되지 않겠다" [취중Fund談] ①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액티브운용1팀장(이사)

박상희 기자공개 2016-12-05 10:11:00

[편집자주]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냉정하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앞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시 수익률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간다. 펀드 좀 운용한다는 '고수'들을 만나 펀드 '희노애락'을 들어본다. 인터뷰 대상은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 동일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30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0대 젊은 매니저가 경륜을 쌓은 40~50대 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할 수도 있다. 모든 건 결과로 이야기하는 건데, 펀드 성과가 좋은 후배에게 뭐라고 하겠나. 나 또한 펀드 매니저로서 많은 자유를 누리며 살아왔기 때문에 후배들을 간섭하거나 구속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꼰대' 매니저 소리는 사절이다."

지난 28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서 만난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액티브운용1팀장(이사·사진)은 얼핏 낭만주의자를 떠올리게 했다. 증권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다 밤 늦게까지 복사하는 게 싫어 애널리스트로 전업한 그는 펀드 매니저가 된 이후 업무에 지칠 때면 훌쩍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간다.

치맥(치킨과 맥주)을 사랑하며, 드라마 덕후임을 당당하게 고백한다. 이런 심 이사와의 만남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답답한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서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거나 두꺼운 페이퍼에 파묻혀 지내는 여느 펀드 매니저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 "돈 많이 벌거란 생각에 증권사 입사..복사 업무 지쳐 애널리스트로 전업"

심 이사는 IMF 구제금융 한파가 한창이던 1998년 12월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IMF 위기로 증권사들이 직원을 많이 안 뽑았다. 다들 인턴으로 채용했고, 정식 직원을 뽑은 건 신영증권이랑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정도였다. 입사하고 나서 증권주가 상한가를 쳐서 복덩이라는 얘기를 윗분들한테 많이 들었다. 당시 쌍용증권 주가가 100원에서 1만 원까지 100배 오르기도 했다."

clip20161201144542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액티브운용1팀장(이사)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증권사에 입사한 이후 돈을 많이 벌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입사 1년 차인데 맨날 보너스를 받은 것 같다. 99년 장이 좋아서 출근하면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 초봉이 2300만 원인가 그랬는데, 보너스를 합한 연봉이 5000만 원이었다. 당시 대리가 1억 5000만 원 정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좋은 시절도 순간이었다. 그 5000만 원을 깨는 데 7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당시 배치받은 부서는 경영기획실. 지점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폼은 났지만 업무가 지루했다. "새벽 2~3시까지 복사하는 게 일이었다. 한 일년 정도 일하다 보니 내가 복사하려고 회사 들어왔나 하는 회의감이 생기더라. 회사에 이야기해서 애널리스트로 전향했다. 2006년에 KB자산운용으로 옮길 때까지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 섹터를 담당했다."

2000년 대 중반은 주식시장도 호황이었고, 운용사 별로 모델 포트폴리오(MP)를 꾸리는 게 유행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을 많이 뽑던 시절이었다. 심 이사도 분위기에 휩쓸려 KB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겨 IT 섹터를 담당했다. 본격적인 운용은 2007년 2월부터 시작했다. 2009년 8월 설정한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 운용을 맡은 게 전환점이 됐다. 지금은 KB자산운용 성장주펀드 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팀장이 됐다.

◇ "후배 자율성 존중…잦은 매니저 이직에 반대"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인 최웅필 상무(1972년생)와 심 이사(1973년생)는 한 살 차이다. 사석에서는 편하게 형·동생 하는 사이. 주식운용본부 전체는 최 상무가 총괄하지만, 가치주펀드 운용에 특화된 그는 성장주펀드 운용에는 일절 터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가치운용본부와 주식운용본부가 통합하면서 성장주 색깔 퇴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최 상무가 가치주와 차별화 되게 성장주 스타일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운용 회의는 내가 직접 주재한다. 모델 포트폴리오(MP)는 리서치센터와 협업해서 만든다. 애널리스트들이 나이가 많이 어린 데 회의할 때 가능하면 존대를 쓰려고 한다. 운용팀 사람들이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데 반말까지 하면 분위기가 운용팀 의견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책임 MP는 리서치 소관이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자율성을 존중하려고 한다."

심 이사가 맡고 있는 액티브운용1팀 구성원은 3명. 회식은 1~2팀을 합친 6명이 함께 한다. 회식은 분기에 한 번씩, 일 년에 네 번이면 족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펀드 매니저 10년 차인데, 어느 덧 매니저 일은 내 인생(life)이 돼 버렸다. 매니저로 살아보니 가장 좋은 점이 상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운용의 독립성만 보장되면 펀드의 운용권은 절대적으로 매니저에게 있다. 다만 수익률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후배들에게도 그런 점을 강조한다. 운용을 맡겼는데 나보다 더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만 진다면 회사 생활이나 사생활에 대해서는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심 이사는 '이직'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조심스레 털어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를 옮겨도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돈을 쫓아 이직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는 그렇지 않다. 전 직장에서 하던 운용방식이 옮긴 회사에서 그대로 통할거란 보장도 없을뿐더러 높은 연봉은 펀드를 키워달라는 조건으로 받은 일종의 부채다. 2000억 원 규모 펀드를 1조 원으로 키워달라고 영입했는데, 성과 안 나오면 바로 삭감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심 이사가 KB자산운용을 떠나 이직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건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는 현재로선 이직 생각이 없다며 맥주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심 이사의 주량은 소주 한 병. 그가 이자카야를 취중펀담 인터뷰 장소로 택한 이유는 이곳의 치킨 가라아케(닭 튀김)이 유달리 맛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액티브운용1팀장(이사) 약력

△1973년생
△1999년 2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8년 12월 ~ 2006년 3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2006년 3월 ~ 2009년 1월 KB자산운용 리서치팀
△2009년 1월~ 현재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