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3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 헤지펀드가 도입된지 만 5년이 지났다. 시장 규모는 6조7000억원대로 성장했고, 펀드 수도 232개로 급증했다. 성과가 부진한 펀드들이 퇴출되고 신규펀드가 등장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원년 멤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다, 타임폴리오, 라임, 그로쓰힐, DS 등 투자자문사 시절 이름을 날리던 곳들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들의 나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대거 포진해있다.
요즘 가장 핫한 운용사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황성환 대표는 76년생, 이제 막 40줄에 들어섰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의 최종혁 대표도 동갑이다. 투자자문업계에서 잘나가는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 시너지투자자문의 이명철 대표도 같은 용띠다.
이보다 어린 대표들도 적지 않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최보근 대표는 78년생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원종준 대표와 로만자산운용의 김수환 대표, 머스트자산운용 김두용 대표는 38세, 79년생이다.
타이거자산운용 이재완 대표(80년생),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정환종 대표(81년생), 쿼터백자산운용 양신형 대표(82년생) 등은 80년대생을 대표하는 매니저들이다. 심지어 20대 사장도 있다. 이퀄자산운용의 황현준 대표는 29세, 88년생이다. 70년생인 그로쓰힐자산운용 김태홍 대표나 아우름자산운용 김태성 대표, 71년생 전명호 라이노스자산운용 대표는 오히려 노장축에 속할 정도다.
X세대와 Y세대에 걸쳐있는 이들은 확연히 기존 펀드매니저와는 구분되는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로운 개성이 뚜렷하다. 큰 조직에 속하기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을 택했다. 수평적인 조직 관리, 공격적인 성과급 체계 등 기존 펀드업계와는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다.
나이가 어리다고 경험이 일천한 것도 아니다. 설립 반년만에 헤지펀드업계 2위 등극이 확실시 되는 타임폴리오의 황성환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각종 수익률 대회를 휩쓸던 주식 고수였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의 최종혁 대표 역시 2000년 중반부터 대우증권 딜링룸을 거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1조원 가량의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한 경력을 갖고 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투자자문의 최준철·김민국 공동대표를 비롯해 타이거자산운용 이재완 대표, 머스트자산운용 김두용 대표, 로보어드바이 전문 운용사인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정환종 대표 등도 대학교 주식 동아리 출신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조직 관리나 투자 방식도 색다르다. 타임폴리오는 하나의 펀드를 여러 매니저가 함께 운용하는 멀티매니저 제도를 국내 헤지펀드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를 통해 수익을 내자 성과급으로만 수십억원을 썼다. 라임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중 최초로 인수합병(M&A) 딜의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펀드를 고안해내면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대다수 헤지펀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주식은 잘 알지만 수십년 동안 시장 등락을 겪으며 체득한 경험은 전설적인 선배 매니저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실제 11월말 현재 232개 국내 헤지펀드 중 월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106개에 불과했다.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본령에 미치지 못했다. 수익률이 뒷받침 안되니 손익이 적자인 곳도 태반이다.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쉬운 길을 택하게 만든다. 대부분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략을 내놓겠다고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국내 롱숏 혹은 IPO, 메자닌 투자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헤지펀드임에도 시장만 바라보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난립한 헤지펀드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할 시점이다. 그 중심에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률 경쟁이 자리하는게 마땅하다. 헤지펀드 시장은 창업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봐주지 않는다. 벤처기업처럼 실패를 자양분 삼아 성공을 꿈꾸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번 평판을 잃은 그들에게 돈을 맞길 투자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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