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vs 운용사' 헤지펀드 시장 '한판승부' [헤지펀드 결산]⑥인하우스 헤지펀드 다양한 활용법 기대
정준화 기자공개 2016-12-21 08:46:02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6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은 증권사가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든 원년이다. 그동안 자산운용사의 전유물이던 헤지펀드 운용을 증권사가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증권사와 운용사간 수익률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NH투자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복수의 증권사들이 이해타산 여부를 따지고 있다. 먼저 진출한 증권사들의 성적은 아직까지 썩 좋지는 못하다. 그러나 증권사가 가진 강점을 살린 헤지펀드의 다양한 활용법은 기대된다는 평가다.
◇증권사도 헤지펀드 운용…NH증권 필두로 속속 '진출'
29015년 11월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하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해상충 문제로 그동안 직접 운용할 수 없었던 헤지펀드에 대한 족쇄가 풀린 것이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8월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에셋증권, 신영증권 등이 추가로 헤지펀드로 설정, 총 4개 증권사가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다.
NH투자증권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뛰어난 성과로 유명했던 프롭 트레이딩 본부를 앞세워 증권사 1호 헤지펀드인 'NH 앱솔루트 리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선보였다. 내부자금 2000억 원에 외부 투자자 자금 900억 원을 모아 초기운용자금 2900억 원으로 시작했다.
이동훈 헤지펀드 본부장이 이끌던 NH투자증권 프롭 트레이딩 본부는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17~18% 가량의 수익률을 달성해 왔다. 10여개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국채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와 해외선물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그리고 M&A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등 다양한 펀드를 내놨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선보였다. 지난 3년 연속 회사 전체 수익의 20% 정도를 벌어들인 고유자산(PI)투자 부서가 중심이 돼 운용 중이다.
가장 최근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신영증권은 2개 헤지펀드를 동시에 내놨다. 신영만의 가치투자 철학을 헤지펀드에 녹여서 운용하는 전략이다. 23~24명으로 구성된 에셋얼로케이션(Asset Allocation) 본부가 주축이 돼 운용 중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 넘게 고객자산을 직접 운용해 온 하우스다. 연 평균 수익률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LIG투자증권, 교보증권 등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도 인하우스 헤지펀드 설정 여부를 검토 중인 상태다.
◇수익률 '아직'…활용법 '눈에 띄네'
증권사들이 속속 헤지펀드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만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NH투자증권의 헤지펀드는 설정후 수익률이 -1.98%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 시장이 16% 가량 하락하면서 갖고 있던 메자닌 등에서 평가손실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의 대표 펀드인 '토러스국채마스터알파'도 출시 4개월여만에 -3.36%로 손실폭이 크다. 이 펀드는 국채 차익거래를 주전략으로 삼는데 펀드 출시 후 장·단기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차익거래에 어려움이 생겼다.
코리아에셋증권의 IPO 헤지펀드도 0.25% 수익률로 소폭 플러스 수준이며, 신영증권은 이달 설정돼 수익률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것과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고유자금 운용 때 달성했던 성과를 쉽사리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수수료가 추가되는만큼 수익을 더 내야하는 부담도 뒤따른다.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부정적인데다 멀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메자닌 투자도 여의치 않다. 최근 상당수 사모펀드들이 메자닌 투자에 나서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 조건이 투자자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인하우스 헤지펀드들의 성과는 아직 좋지 못하나 헤지펀드를 통한 다양한 시도는 눈길을 끌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이 선보인 메자닌 투자 헤지펀드는 증권사가 갖고 있는 IB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조달이 힘든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다. 정부가 증권사에 헤지펀드 운용의 길을 열어준 취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또 기업이 M&A를 추진하는데 있어 자금줄 역할을 하는 M&A 헤지펀드도 선보였다. M&A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자문료와 펀드 운용보수를 받으며, 향후 피인수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추가 수익을 얻는 식이다.
인하우스 헤지펀드 출시를 준비 중인 LIG투자증권도 대출형 사모펀드(PDF)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 역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 어렵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조달이 쉽지 않지만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출을 해줌으로써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헤지펀드들의 경우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는 기존 운용사들의 헤지펀드와 달리 갖고 있는 IB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과의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 차이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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