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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1.5조 'ING생명 IPO' 성공하려면

한형주 기자공개 2017-01-05 08:20:35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진지하게 고민 중인 모양이다. 최근 상장 준비에 돌입하면서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액면분할은 그대로 상장하기엔 유통주식 수가 현저히 적거나 단가가 비싸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이 주로 고려한다. 액분으로 인한 주가 하향조정(주식 수가 늘어 기업가치엔 변함 없음)이 시장에서 기업가치 하락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아 상장사들이 그리 선호하진 않는 편이다. 그만큼 MBK가 상장을 성공리에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MBK가 예고한대로 내년 2분기 안에 ING생명 IPO가 성사된다면,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가 1대주주인 기업의 첫 상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간 해당 사례가 전무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 '어차피 보유지분을 털고 나갈 주인'이란 인식 때문에 거래소가 이를 용인하지 않았었다. 둘째, PE가 상장하고 얼마 안 돼 일부나마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 할 경우 주가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도 접근을 꺼렸다.

이런 문제들은 지난 1~2년 사이 상당 부분 해결됐다는 게 IB업계 중론이다. 우선 상장 준비 기업의 대주주가 PE인 경우 "경영권 안정성이 저해된다"며 IPO를 허용하지 않던 거래소부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지금은 오히려 증시 입성을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다. 다시 말해 이제 제도적으로는 걸림돌이 없다. 상장하자마자 대량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PE들이 기본 6개월로 설정된 '락업(보호예수)'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뭐니 뭐니 해도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난관은 '밸류에이션'이다. 국내외 IB의 IPO 담당 뱅커들은 "MBK가 앞선 삼양옵틱스의 상장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초대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옵틱스는 작년 하반기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 PE가 소유한 기업의 '1호 IPO'를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이후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받아 상장을 철회했다. 이러한 청약 리스크는 MBK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문제는 IPO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PE가 원하는 만큼 밸류를 안쳐준다는 데 있다. 뭇 기관들은 대체로 PE들이 부르는 값(희망공모가)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본질적으로 PE들이 바이아웃(Buy-out)하는 기업(훗날 상장예정기업)의 가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게 반영돼 있다.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느냐에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대략 시가 대비 30%가량 높은 가격에 샀다고 치자. 그렇다면 인수와 동시에 IPO를 한다고 가정시 이론적으로는 사들인 값보다 30% 낮은 가치로 상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다 IPO엔 기본적으로 통상 20% 이상의 공모 할인율도 붙는다. 궁극적으로는 인수가의 절반 값에 상장해야 투자자 눈높이에 부합하는 셈. PE 입장에선 기업 인수 후 상장에 이르기까지 밸류를 최소 50%까지 끌어올려야 그나마 최초 매입가를 충족하는 공모가를 인정받다는 얘기가 된다. 구조적으로 PE가 IPO를 통해 가격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VIG파트너스가 삼양옵틱스 IPO에서 간과한 게 이 부분이라면, MBK로서는 일단 공모 과정에선 눈높이를 낮춰 들어가는 액션을 보여주되 추후 엑시트할 때 가격을 올려 파는 게 보다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MBK는 공모시 신주모집 없이 보유지분의 50%만 구주매출 형태로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남은 50% 지분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제3자에 통매각하는 등의 방법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ING생명의 5조 원대 순자산가치와 피어그룹(비교대상 기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0.6배를 감안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 원가량(할인율 미적용)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이 구주매출 물량이 된다고 하면, 공모 규모는 어림잡아 1조 5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2017년 IPO 시장 분위기를 이끌 대어(大魚)가 될 공산이 크다.

기존 ING생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IPO업계가 딜을 얼마나 잘 살려낼지 지켜보는 것도 새해 국내 자본시장의 흥미진진한 관전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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