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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특검소환' 삼성, 초조·우려속 실낱 희망 기소·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촉각… "뇌물공여 의혹 소명 기회될 수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7-01-12 14:56:46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2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되면서 삼성그룹이 당혹감을 넘어 큰 위기감에 휩싸였다. 다만 내부 일각에선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소환 조사를 위해 출두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과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지원한 승마 훈련비의 대가성과 뇌물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특검 조사를 받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같은 의혹에 대해 15시간 가량의 밤샘조사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역시 이날을 넘겨 13일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크기변환_자르기-이재용 특검
이 부회장이 특검 포토라인 앞에 선 것은 꼭 9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 시절이던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당시와 달리 그룹 총수 자격으로 특검 사무실에 소환된 이날 출두길에는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 10여명이 자리해 그를 배웅했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와병에 들어간 후 2년 이상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리더가 불명예스럽게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지켜보는 삼성 임직원들의 표정은 극도로 침통했다.

특검 사무실에 올라가기 전 기자단에 둘러싸여 포토라인에 잠시 선 그는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특검이 11일 이 부회장의 소환을 통보하면서 삼성그룹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에 대한 조사가 이미 진행된 터라 이 부회장의 소환 역시 예상하긴 했으나 시기가 전격적으로 빨랐고, 특히 특검이 앞선 두 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과 달리 이 부회장에겐 '피의자' 신분을 적용했다는 점이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충격의 늪으로 몰아 넣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특검 수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한 자금 지원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자금의 성격도 대가성과 무관하기에 특검 수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대로 밝혀지길 기대하는 바람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빨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받아 당혹스럽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되고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특검이 혐의를 두고 있는 뇌물공여에 대해 부정청탁과 대가성이 없었다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전경련을 통한 통상적인 기부금 성격으로 인식했고, 최씨 모녀에 대한 자금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이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2015년 7월 독대에선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 독촉과 질책성 대화가 오간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특검은 이를 뇌물죄를 입증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고, 삼성은 강요의 증거라는 논리로 방어 중이다.

특검은 당초 박 대통령과 최씨, 삼성의 자금 거래 관계를 제3자 뇌물죄 프레임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해당 죄목의 구성요건인 '부정 청탁'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손에 넣지 못해 뇌물죄 적용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구체적 청탁이 없어도 거래 관계가 인정되면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거래의 수혜자가 최씨 모녀임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가 금전적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는 사실을 특검이 입증해야 한다.

삼성그룹에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으나, 법조계의 전망은 일단 비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소환하며 '피의자' 신분임을 못박은 점에서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는 분석이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특검이 대외적으로 이 부회장의 소환 신분을 '피의자'로 규정한 것을 보면 뇌물공여 혐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적 관심과 성원을 바탕으로 출범한 특검인만큼 그간의 수사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어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결국 공은 사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그는 "뇌물죄는 대가성과 고의성 등을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죄목 중 하나"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론 이 부회장 등이 확실히 뇌물공여죄를 저질렀다고 보기엔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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