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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내부통제'에 쏠리는 눈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채권단, '중복대출' 사전인지 가능성 제기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17 10:04:17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6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보험이 육류담보대출(미트론)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하기 이뤄졌을까.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과 관련한 쟁점 중 하나는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왜 유독 동양생명의 피해 규모가 커졌느냐다.

업계 안팎에선 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 과정에서 일부 석연찮은 대응 정황을 토대로 부실관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이 중복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타 금융사와 공조를 하지 않고 금융당국에도 늑장 보고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803억 원이며, 이 중 연체금액은 2837억 원이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금융권 육류담보대출 취급잔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동양생명만 피해 규모가 큰 것일까. 업계에선 석연찮은 정황을 토대로 부실관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육류담보대출 흐름도
우선 냉동창고 규모 대비 과도한 육류담보대출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중복대출로 문제가 된 육류유통회사들은 대부분 선화씨에스·우일산업·키스톤냉장 등 세 업체와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다른 냉동창고업체와 거래를 했지만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채권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세 곳의 냉동창고는 각각 3700평~4200평 규모다. 보관물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냉동창고를 가득 채웠을 때의 담모물 최대가치는 각각 400억~500억 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통상 담보인정비율(LTV) 50~60%을 적용하면 각 냉동창고별로 나갈 수 있는 대출한도는 200억~300억 원 수준이다. LTV를 최대 70%로 결정해도 대출한도는 400억 원을 넘기 어렵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각 냉동창고별로 800억~1000억 원 가량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냉동창고별로 최대 1500억 원 가량의 담보물이 보관돼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채권단 관계자는 "중복대출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냉동창고의 규모가 동양생명의 대출금액에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담보확인증 뿐만 아니라 담보물을 보관하는 창고에 대한 현장조사가 제때 이뤄졌으면 과도한 대출금 문제를 사전에 인지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초 육류유통회사의 대출잔액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육류담보대출이 지속적으로 늘렸다는 점에서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대출중개업체이자 구매대행을 해 온 푸로핏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초 동양생명의 최대주주가 안방보험그룹으로 바뀌자 동양생명 채무를 육류유통회사로 넘겼다. 그 결과, 육류유통회사들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푸로핏인터내셔날이 채무를 넘기기 직전인 2015년말까지 육류유통회사들은 대부분 동양생명과 맺은 약정한도까지 육류담보대출을 끌어다 썼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2~3개월 후 푸로핏인터내셔날은 큰 문제없이 채무를 넘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양생명이 푸로핏인터내셔널이 채무를 넘길 수 있도록 육류담보대출 한도약정 등에서 편의를 봐줬거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채권단의 관측이다.

여기에 동양생명이 중복대출을 인지하고도 타 금융회사와 공조하지 않고 금융당국에도 늑장보고했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채권단 공동조사 결과,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초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문제가 된 냉동창고에서 수입육 일부를 다른 냉동창고(S물류)로 옮긴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동양생명 직원이 직접 나서서 담보물을 옮겼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생명 직원이 담보물을 옮기면서 '업계의 상도의상 중복대출이 나간 담보물은 옮기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며 "최소한 12월 초 중복대출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언도 확보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냉동창고업체인 선화씨에스에서 지난달 22일 채권단 회의를 요청하려고 했으나 동양생명 담당 직원과 푸로핏인터내셔날 대표가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채권단에선 이미 몇차례 선화씨에스에서 채권단에 중복대출 문제를 알리려고 했지만 의도적으로 동양생명과 푸로핏인터내셔날에서 늦췄다고 보고 있다.

만약 동양생명이 의도적으로 늦췄다면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피해사실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동양생명의 신뢰성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향후 금융당국의 검사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 공동으로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선화씨에스가 동양생명 직원과 푸로핏인터내션날 대표의 요청을 받고 채권단 소집을 늦췄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동양생명이)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과 관련해 동양생명의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동양생명의 피해 규모 뿐만 아니라 육류담보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다각도에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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