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서비스 마켓플레이스 강자 '카오딤'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고영경 박사공개 2017-02-06 18:03:24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3일 1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선 상품이 아닌 서비스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거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가령, 쿠팡에서 호텔 마사지 이용권을 구매한다거나, 지마켓에서 리조트 숙박을 예약하는 식이다. 동남아와 같은 이머징 국가들 역시 이같은 온라인 서비스 마켓이 보편화됐다. 그 선두 주자가 바로 카오딤(Kaodim)이다. 카오딤은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서 청소, 이사부터 수도나 에어컨 수리, 포토그래퍼나 개인교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시켜준다.2014년 11월 앞날이 보장된 29세의 젊은 변호사 두 명, 제프리 청(Jeffrie Cheng)과 충 후이유(Choong Fui-Yu)은 청소도우미를 구하거나 에어컨 수리를 할 때마다 주변인에게 물어서 도우미나 업체를 찾고 예약하는 등의 귀찮은 과정을 번거롭게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노동자에게 의지하는데다, 자국내 종족 다양성이 겹쳐져 신속한 처리가 더더욱 어렵다. 예를 들어 대기업 서비스 센터에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등 최소한 3개 국어 이상의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지만, 중소업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종족과 종교 다양성 때문에 공휴일 숫자도 많고, 휴가 시즌도 다 틀리다.
그렇지만 이들이 이 모델을 처음으로 고안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썸택(Tumbtack)이나 태스크래빗(TaskRabbit)이 이미 실행한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때 마침 2014년 썸택은 세콰이어캐피탈(Sequoia Capital)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로부터 3000만 달러의 시리즈 C 규모 투자유치 소식은 창업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변호사로서 스타트업에 자문역을 하는 동안 직접 목격한 성공사례 역시 법조계에서 기업가로 변신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두 창업자 스스로 밝히고 있다.
말레이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설립된 카오딤은 광동어로 '정해진 일을 해내다'라는 뜻이다. 카오딤은 집 청소와 수리에서 시작해 현재는 집, 이벤트, 헬스·피트니스, 차량, 사무실, 교습 등 모두 6가지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되었고, 각각의 영역 안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웨딩플래너, 요가강습 등 다양한 수십 개의 세부항목들이 있다.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앱에 들어가면 질문지에 받게 된다. 질문에 답을 하거나 항목을 클릭해 언제 어떤 서비스를 받고 싶은지를 알리면, 그 분야에 해당하는 업체나 전문가들이 그에 적합한 견적서를 신청자에게 보낼 수 있다. 서비스 신청자는 받은 견적서를 비교한 후 그 가운데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카오딤은 서비스제공자로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썸택 서비스 연결과 유사한 것으로, 불필요한 검색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고 24시간 신청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는 훨씬 효율적이다.
서비스 마켓플레이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면서 카오딤은 2015년 2월 창업 직후 1차로 2 백만 링깃 (당시 환율로55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서비스 제공자들은 500여개, 견적서는 1300 회에 달하며, 1일 평균 133개의 요청이 들어왔다. 특히 요청 건수는 매주 45% 가량 증가하면서 총거래액이 1천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 후 카오딤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페낭과 조호바루, 필리핀 마닐라(회사명은 타갈로그어로 Garwin)와 싱가포르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매달 60%의 폭발적인 성장률과 거래금액 증가를 기록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확실한 수익성을 지닌 유일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설립 1년만인 2015년 11월 2차 펀딩 라운드에서 카오딤은 벤투라 캐피탈로부터 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인구규모로 볼 때 가장 큰 시장인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하여 베레스(Beres)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을 선점한 이점이 크기는 하나, 카오딤의 확장 전략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마켓플레이스의 성장률이 높은 만큼 지역 내에서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1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레컴엔(RecomN)과 지역내 강자인 서비스히어로(ServisHero)를 비롯해 카리자사(Carijasa), 시크미(Seekmi), 모노리오(Monolio)나 알리자사(Ahlijasa) 등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동남아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장에 한국계를 포함 외국계 스타트업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후발 진입자들이 시장 분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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