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모뉴엘' 의혹 받았다 [메이플세미컨덕터 법정관리⑬]유의미한 현금 흐름 발생, 투자자 궁금증 해소
권일운 기자/ 김세연 기자공개 2017-02-17 08:41:1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4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플세미컨덕터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 2의 모뉴엘'이 아니냐는 의혹을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검증이 어려운 신기술을 상용화해 해외 기업을 상대로 매출을 일으킨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종 업계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의혹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하지만 메이플세미컨덕터와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적이 조작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모뉴엘과 달리 의미 있는 수준의 현금 흐름을 발생시켰다는 점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해관계자들은 실적 자체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 中기업 상대로 한 매출-매입 거래, 가공매출 의혹의 도화선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매출의 대부분을 중화권 기업을 대상으로 일으켰다. 2016년 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업성(Yipshing)과 중환반도체, ATMD 등 3곳의 업체로부터 발생한 매출액만 연간 500억 원이 넘는다. 이들 3곳의 기업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사세가 급격이 확장된 2014년 무렵부터 발주 물량을 크게 늘렸다.
제품 임가공과 원자재 조달, 설비 도입 등도 대부분 중화권 기업을 상대로 이뤄졌다. 단일 협력사 가운데 가장 거래 규모가 컸던 포에버럭(Forever Luck)과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5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입 거래를 단행할 정도였다. 메이플세미컨덕터 매출 원가의 90%를 넘나드는 규모다.
금융권 및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이 같은 거래 패턴을 두고 가공 거래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발행된 매출 채권이 제대로 회수되고 있는지와 △상당한 규모의 현금 유출을 일으키는 해외 협력사들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근거였다.
메이플세미컨덕터가 경북 포항에 구축해 놓은 설비(Fab)가 연간 500억~600억 원 어치의 물량을 생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의혹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자체 생산 설비를 마련한 2013년 이후 오히려 중국 등지의 협력사에 발주한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패턴이 나타났다.
일부 시중 은행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제공한 여신의 만기 연장을 거부한 데에도 이 같은 정황들이 영향을 끼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뉴엘 사태가 불거졌을 무렵 해외 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해 은행권이 극도로 보수적인 여신 정책을 펼쳤다"면서 "당시 메이플세미컨덕터 역시 비슷한 사례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은행권 일각에서 감돌았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현금흐름' 발생…거래처 실사 기회도 제공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를 검토했거나, 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기관투자가들 역시 회계 장부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서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보유한 매출 채권이 △믿을만한 상대방으로부터 발생했는지와 △얼마나 원활하게 회수되는지를 검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결론은 "메이플세미컨덕터가 가공 매출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였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영업 현금흐름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근거였다. 실사 결과 매출 상대방과 협력사들 역시 실체가 있는 곳으로 파악됐다는 전언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46억 원과 53억 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나타냈다. 이 시기 창출한 영업이익과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 규모는 큰 차이가 없었다. 메이플세미컨덕터가 국내 본사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역시 이에 비례해 증가(19억 원→63억 원)했다.
지난해부터 매출 채권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단기 유동성 압박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의 여파로 중화권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상당수가 겪고 있는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세미컨덕터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물론 무역금융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가공 매출 의혹이 제기됐지만,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라며 "오랜 기간의 실사 기회를 제공해 메이플세미컨덕터의 거래 상대방들이 실체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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