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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 못한 LK투자의 현대시멘트 인수 승부수 한일시멘트 초청 '파격 반전' 이끌어

한형주 기자공개 2017-02-17 08:28:0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6일 1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도 베어링PEA-글랜우드PE도 IMM PE도 아니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랜드마크급 거래로 평가받는 시멘트 업계 '마지막 매물'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승기를 거머쥔 것은 설립 3년 차의 신생 PE 'LK투자파트너스'였다. 결과 다크호스가 됐지만, 셀러나 다른 인수후보 중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LK투자파트너스 홀로 인수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작년 말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강성부 대표의 친정인 신한금융투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이후 본입찰 전략이 묘수다. 업계 2인자이자 전략적 투자자(SI)인 한일시멘트를 끌어들여 응찰했다. 조달능력을 의심받던 LK투자파트너스가 게임의 판도를 뒤엎을 강력한 후보를 싸움에 들인 셈. 그간 딜을 관망하는 듯했던 한일시멘트도 속내엔 강한 인수 의지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최후의 보루로 삼은 이유로 삼표를 드는 시각도 있다. 2015년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때 느낀 위기의식이 이번 현대시멘트 딜 합류로 이어졌다는 분석. 내륙사인 현대시멘트를 같은 내륙사인 한일시멘트가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연안사가 인수하는 것만 못할 것이란 일부 관측도 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는 시너지 못지 않게 시장 장악력에도 관심을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매출 기준 점유율 21.21%인 한일시멘트가 7.38%인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한앤컴퍼니가 소유한 쌍용양회(28.78%)를 앞서게 된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한일시멘트 입장에서 이번 딜은 지난해 한앤컴퍼니에게 쌍용양회 인수 기회를 빼앗긴 데 대한 설욕의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본입찰에서 한앤컴퍼니의 유일한 대항마로 맞붙었으나 가격요소 등에서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형성돼 있고, 내륙사들의 주 거래처가 대부분 수도권이다 보니 수도권 내 영업력이 강점인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얻어지는 시너지도 경시할 순 없다"며 "출하기지 효율화를 통한 물류비 절감으로 비용을 대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LK투자파트너스-신한금융투자, 그리고 한일시멘트 간 파트너십의 파급은 실로 막강했다. 매각자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주관사단이 16일 원매자들의 인수희망가를 열어본 결과 LK투자파트너스 등이 적어낸 응찰가는 6000억 원대 중반에 달했다.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써낸 IMM PE와의 격차는 3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5000억 원대 에퀴티 밸류를 기대한 채권단은 응찰자들이 제시한 가격 및 거래조건(진술·보증 항목 등)에 대한 계량·비계량 평가를 거쳐 비교적 신속하게 LK투자파트너스 등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본입찰 직후 프로그레시브 딜(경매식 호가 입찰)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가격개찰 결과가 만족스러워 굳이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일시멘트 역시 이날 공시를 통해 "LK투자파트너스가 매도인들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 LK가 설립하는 투자목적회사(SPC)에 출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변수는 LK투자파트너스 등이 인수금 조달 준비를 얼마나 해놨느냐 정도인데,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이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한일시멘트의 자금력과 크레딧만으로도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인수자 측 논리다.

한일시멘트의 출현 외에도 현대시멘트 M&A에선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를 거의 보기 힘들었다. 1순위 인수후보였던 한앤컴퍼니의 응찰가는 5000억 원대로 차우선협상자인 IMM PE에 못 미쳤다. 그 다음 유력후보로 거론된 베어링PEA-글랜우드PE도 마찬가지. 지난해 인수한 한라시멘트를 앞세워 본입찰까지 완주했으나 경쟁자들만큼 과감한 베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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