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1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인연은 각별하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책임연구원, 연구실장을 지내는 등 30년 커리어의 절반을 RIST에서 보냈다. 2009년부터는 3년간 RIST원장을 맡으며 그룹 전반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총괄했다.RIST 시절 권 회장은 주로 고부가가치 비철강 소재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은 2차전지의 원재료인 리튬이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화학 반응을 이용한 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은 권 회장이 원장으로 있던 2010년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 CEO에 오른 2014년부터 2차전지 소재의 상용화를 추진했다. 리튬이 풍부한 아르헨티나, 칠레에 실증 플랜트를 가동하며 품질과 경제성을 꾸준하게 검증했다. 지난 3년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도 리튬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노력은 이달 초 광양 리튬공장 준공으로 결실을 맺었다. 광양공장은 앞으로 연간 2500톤의 고부가가치 탄산리튬을 양산해 LG화학, 삼성SDI 등 글로벌 2차전지 제조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권 회장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주도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리튬공장의 가동은 '2차전지 소재의 상용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량 2차전지 양극재인 PG-NCM(POSCO Gradient-Nickel Cobalt Manganese)의 원재료 수급이 한층 원활해진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전기차, 각종 모바일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2차전지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친환경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IT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2015년 톤당 6500달러 수준이던 탄산리튬의 가격이 최근 1만 달러까지 상승한 것은 2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2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하면 철강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권 회장이 수시로 강조해온 '지속 가능한 기업(sustainable company)'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지난달 연임을 확정 지은 권 회장은 집권 2기 경영의 초점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2차전지 양극재 제조 계열사인 포스코ESM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2차전지 상용화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포스코ESM에 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장기 계획을 얼마 전 발표했다. 아울러 포스코ESM 대표이사도 RIST 재료공정 연구소장 출신인 박종민 사장으로 교체했다.
2차전지 소재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포스코의 주축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리튬공장, 포스코ESM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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