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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서울옥션,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 플랫폼'의 탄생①외환위기 통해 경매사업 눈떠…금융위기로 해외진출

김현동 기자공개 2017-04-19 09:32:00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7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과 경매의 결합은 쉽지 않은 조합이다. 미술은 귀족층의 호사였고 여전히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반면 경매는 공개 경쟁이라는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에 가깝다. 국내에서 미술품 거래 역시 화랑을 통한 1차 시장(Primary Art Market) 위주로 드문드문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품을 경매를 통해 처분하고 그로부터 수수료 수입을 받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탄생에도 특별한 사건이 필요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화랑 고객은 유동성이 필요했다.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처분해 단기 유동성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존 사업이 무너질 판이었다.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유동성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부채비율 200%'라는 잣대가 만들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 위기는 미술 시장에도 유통시장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2008년 국내 경매회사 현황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이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이 시점이다.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처분해 급전을 마련하려는 수요를 보면서 미술품 경매시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화랑과 작가 간의 개별 거래로는 미술품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 다수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고, 가치평가 절차와 방법 등이 개방되면 대중의 참여가 가능하다. 경매회사는 이런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직관적으로 미술품 경매를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랑과 경매 비교

국내에서 미술품 경매가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1979년 신세계미술관이 주최한 '한국 근대미술품 경매'다. 당시는 고객이 제한적이고 그러다 보니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서울옥션의 설립은 국내 미술 시장의 도약을 의미했다.

때마침 1998년 설립 이후 서울옥션은 호기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기 호황과 함께 미술품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신흥 부호들의 미술품 구매 열풍이 불었다.

경매를 통한 미술품 낙찰 규모는 2004년 약 36억 달러에서 2007년 92억 달러로 성장했다. 국내 미술시장도 2005년 1470억 원에서 2007년 4045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경매회사를 통한 거래규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성장율이 200%에 달했다. 2007년에는 국내 미술품 거래의 48%가 경매를 통해 이뤄졌다.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

성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미술품 구매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2008년 미술품 경매 규모는 8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2009년에는 46억 달러로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12월에는 미술품 양도세 도입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8년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전년 대비 36% 이상 감소했다.

글로벌 미술품 경매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곧바로 반등했다. 국내 미술시장도 2014년을 기점으로 회복했다. 2014년 국내 미술 경매 시장은 전년 대비 35% 성장했고 2015년에는 94%나 커졌다. 2016년에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 등의 불확실성 등으로 미술품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추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은 해외진출이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서울옥션은 2008년 10월 증시 상장 직후 첫 번째 홍콩세일을 개최했다.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 플랫폼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미술품 경매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서울옥션은 올 하반기에 홍콩에 상설 전시 공간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기존의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온라인 채널로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서울옥션블루를 개설했다. 화랑에서 경매로 미술품 거래 시장이 진화된 것처럼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의 한국 미술품 수요 확대, 온라인 경매의 확산 등을 감안하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성장성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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