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29일 09: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이 2016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출자받은 블라인드펀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7년 들어서만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하겠다고 제안하며 2건의 입찰에서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는 3월 둘째 주 서울 강남구 '엔씨타워2', 넷째 주 중구 '시그니처타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연속 선정됐다. 특히 시그니처타워는 2017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대규모 거래여서 이지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지스는 오는 6월 안에 두 건의 거래를 모두 완료할 방침이다.

*(왼쪽부터)엔씨타워2·시그니처타워(출처, 네이버지도)

이지스가 우선협상권을 획득한 데에는 블라인드펀드 활용과 신규 임차인 확보 전략이 주효했다. 이지스는 2016년 삼성SRA자산운용과 함께 국민연금,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출자한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투자대상은 국내 핵심 지역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다. 펀드 규모는 2200억 원으로 한 건의 투자에 펀드금액의 25% 이상을 사용할 수 없다.

블라인드펀드 활용의 장점은 속도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수자가 매입자금의 일부를 이미 들고 있으니 자금모집 과정에서 거래가 틀어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통상적으로 블라인드펀드를 들고 있는 운용사는 그렇지 않은 운용사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하기 유리하다.

우선 이지스는 엔씨타워2 매입에 펀드자금 550억 원을 사용한다. 이지스는 표면적으로 엔씨타워2를 3.3㎡당 2180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써냈다. 2만 6839㎡의 연면적을 고려한 거래가는 1770억 원으로 이지스는 이중 약 950억 원을 에쿼티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지스는 블라인드펀드 자금 550억 원, 기관투자가의 자금 400억 원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지스는 블라인드펀드 활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패스트파이브를 신규 임차인으로 확보했다.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송파구 잠실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대규모 공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지스는 패스트파이브 외에도 다른 임차인을 불러들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시그니처타워 매입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지스는 시그니처타워 매입 가격으로 3.3㎡당 2400만 원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9만 9991㎡의 연면적을 반영하면 거래가격이 최소 726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거래 규모가 큰 만큼 이지스는 블라인드펀드를 최대한 활용해 펀드금액의 25%에 해당하는 550억 원을 끌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시그니처타워 역시 대규모 공실을 앞두고 있다. 건물의 50%를 사용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조만간 용산구 신사옥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이지스는 아모레퍼시픽의 빈자리를 대신할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이 임박했다고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두 건의 입찰에서 이지스는 가장 높은 매입가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매도자는 이지스의 거래 클로징 능력을 높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