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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기관투자가 역할 어디까지 [크레딧 애널의 수다]②"선진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구축 절실"

김병윤 기자공개 2017-04-03 14:49: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30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종안과 관련해 시장의 이목은 국민연금에게로 쏠려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연금에게로 시선이 몰리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의 실패가 자칫 국민연금 탓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기관투자자 역할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선진적인 구조조정 시스템 정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A: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회사채 투자자들을 만난다. 뭔가 채권자에게로 책임이 전가된 인상이다.

B: 정부가 선수를 친 거라고 생각한다. 채권자가 안 도와주면 대우조선해양이 부도가 난다라고 여론을 형성하는 듯하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가장 큰 적은 국민의 반감이다. 국민연금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부도났다는 여론이 부담일 거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미 국민의 반감이 커지지 않았나.

A: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한 기관투자자가 얼마 전 증권사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와 관련한 시나리오 플랜을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기관투자자는 어느 정도 낌새를 채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B: 국민연금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대비를 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연금의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 국민연금에게로 떠넘겨진 듯한 책임을 다시금 정부에게로 넘기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C: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다. 요즘 시국에서는 마냥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민연금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A: 분명 정부는 당근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출자전환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출자전환 비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분명 역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C: 세금은 정부에게 집행의 권한이 있지만, 연금은 국민의 것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결단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도 많지만, 국민연금은 전국민과 관련된 기관이다. 자칫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C: 국민연금의 자산이 560조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3900억 원은 자산 규모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한판이다. 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져는 상당하다. 키는 분명 국민연금이 졌으니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B: 절충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다만 국민연금이 사채권자 입장을 보완한 조건을 상당수 요청할 것으로 내다본다.

A: 국민연금의 결정뿐 아니라 과정도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으면 한다. 기관투자자 중 최대 규모인 국민연금부터 기업 구조조정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기조가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B: 정부가 국민연금을 찾아간다?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우량한 기관투자자라고 해도 정부와의 힘의 논리에 사채권자 집회를 마음대로 열지도 못한 사례도 있다.

C: 나아가 구조조정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권이 교체되는 것과 맞물리는 문제다. 특히 산업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B: 공감한다. 정부는 자산관리회사 역할만 하고 실질적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겨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기능을 대폭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A: 과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현재 웃픈(웃기고 슬픈) 추억으로 회자되고 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됐다면 현재의 비극이 일어났겠냐는 거다. 제2의 대우조선해양을 만들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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