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사 백지화]전자는 '소각'…생명·화재 4.4조 자사주 행방은추가 매입 가능성 높아…삼성화재 "4분기에 매입여부 결정"
안영훈 기자공개 2017-05-02 11:04:10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8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40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총 4조3531억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자사주 관련 정책에 쏠리고 있다.증권업계나 회사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자사주 정책과는 연관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소각 정책과 달리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자사주의 경우 지배구조와 상관관계가 적고, 향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할 경우 자사주가 비상금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전체 지분율의 10.21%에 달하는 2042만5000주의 보통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성명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1 회계연도(2011.4~2012.3)부터다.
최초 자사주 매입은 300만 주로, 지분율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매년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주가 제고 차원으로, 특히 지난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19만 주, 531만 주 등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렸다. 저금리와 IFRS17 도입에 따른 생명보험사 위기설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공모가 11만 원 수성에 나선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의 배당압박 해소의 수단으로도 유용했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300%를 넘는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핵심 지표로, 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지급여력비율 최상위사에 속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300%대의 지급여력비율은 회사가 막대한 자본을 내부에 유보하고 있다는 말로 인식됐고, 삼성생명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미래 위험에 대비해 외부로 자금이 유출되는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의 요구에 대응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IR때마다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과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삼성생명은 주주 가치 제고 요구에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택해 왔는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이나 내부 자본금을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배당과 달리 자사주의 경우 향후 다시 내부 자본금으로 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에 한참 앞서 자사주를 매입해 온 삼성화재도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삼성화재는 2003년 9월과 2007년 4월 자사주 소각에 나선 전례가 있지만 당시 자사주 소각은 순수한 주가 제고 차원에서 이뤄졌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자사주를 활용한 것도 지난 2014년 단 한차례 뿐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물산 보유주식을 삼성화재에 넘기는 대가로 삼성화재의 자사주 약 184만 주를 인수했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화재 역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매년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 2012~2014 회계연도에 매년 보통주 140만 주씩을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에는 45만 주의 자사주 매입 이후 추가적인 매입 움직임이 없었다. 이익 재원의 30%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삼성화재의 주주 가치 제고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이 중단됐을 때 시장에서는 삼성화재의 그룹 내부 지분율이 30%를 초과한 상태이기에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 불필요하다는 해석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난해 불거졌던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연관시켜 생각했다는 말과 같다.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지분(보통주+우선주)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율은 15.93%였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언급된 삼성생명 중간지주사 시나리오상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지분 30%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주식 스왑 등으로 삼성화재 자사주 15.93%만 가져오면 중간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삼성생명의 중간지주사 시나리오는 힘을 잃었다. 여기에 삼성화재는 지난 27일 2017년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3분기까지 내부상황과 시장상황을 감안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확정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IR에 참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화재가 4분기에 자사주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과 반대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 주가 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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