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닥스, 한컴과 법정다툼 '승리' [VC투자기업]지속된 소송전 끝에 혐의 벗어…사업방향 전환해 성장 모색
류 석 기자공개 2017-05-31 08:24:07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9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서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 '쿠쿠닥스(KUKUDOCS)'가 2년여간 지속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와의 법정 분쟁에서 승리했다. 쿠쿠닥스에 제기된 혐의 대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쿠쿠닥스와 한컴의 법정 분쟁이 시작된 시기는 2014년 8월 무렵이다. 당시 한컴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위반,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쿠쿠닥스를 경찰에 고소했다.
쿠쿠닥스의 이유호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한컴 출신이고, 한컴의 제품과 유사한 SW를 개발하고 있어 내부 정보를 그대로 갖고 나가 사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2년여 가까이 계류되다 지난해 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위반과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 자신도 혐의 입증이 어렵고, 기소할 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무상 배임 혐의의 경우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고,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쿠쿠닥스에 따르면 무죄 입증을 위해 약식 기소에 대한 정식 재판 청구를 할 수도 있었지만, 변호사 비용 등의 문제로 포기했다.
그 사이 한컴은 쿠쿠닥스에 프로그램 배포 금지에 관한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 소송 1심에서는 법원이 저작권위원회에 감정을 요청하는 등 6개월 이상의 지난한 과정이 지속됐다. 그 결과 1심에서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쿠쿠닥스의 손을 들어줬다.
한컴 법무팀은 자사의 자산보호 및 보안유지를 위한 기업 의무 이행을 이유로 소송전을 강행했다. 1심 패소 이후에도 한컴이 항고를 신청해 2심 재판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지난해 말 한컴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2년간 진행된 쿠쿠닥스와 한컴의 소송전은 막을 내렸다.
한컴은 일부 혐의가 인정된 만큼, 쿠쿠닥스에 잘못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소송 결과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과 관련해 한컴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나타냈다.
김가비 한컴 홍보팀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거쳐, 올해 2월 쿠쿠닥스 대표이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소송과 관련된 내용이 알려지는 게 이미지에 좋지 않은데, 예전 이야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쿠쿠닥스는 다행히 혐의를 벗었지만, 많은 상처가 남았다. 먼저 변호사 비용으로만 지금까지 약 1억 원이 지출됐다. 소송이 시작될 당시 쿠쿠닥스는 이제 막 설립 8개월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었다. 1억 원이라는 비용은 최근까지 큰 매출이 없던 쿠쿠닥스에게 감당키 어려운 수준이었다.
쿠쿠닥스는 회사 설립 약 5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벤처캐피탈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은 유망한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소송이 걸린 이후에는 모든 사업 계획이 미뤄지고 중단됐다.
이후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벤처캐피탈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최종 투자심사에서 소송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투자 불가 판정을 내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 성장은 지체됐다. 본래 웹 기반 문서 작성 프로그램(오피스)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당시 자금과 시간 등의 여력으로는 완성이 어려웠다. 이후 웹오피스 개발 계획을 접고 몇 번의 사업 방향 전환을 거쳤다. 지금은 웹 기반 문서 뷰어 서비스와 전자화 문서 솔루션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다.
쿠쿠닥스는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한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고민했지만, 최근 계획을 접었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비용 대비 득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쿠쿠닥스는 지속된 소송으로 인해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쿠쿠닥스는 최근 공공기관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에 문서 뷰어 솔루션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웹 기반 오피스 개발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이유호 쿠쿠닥스 대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웹 기반 오피스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문서 뷰어 등의 솔루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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