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7일 11: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AA+)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도 대규모 공모채 발행에 착수했다. 지난달 호텔신라가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발행에 나섰다가 조달비용이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호텔롯데 역시 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용도에 발목을 잡던 차입구조 단기화 해소가 시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내달 1500억~2000억 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트랜치는 3년물과 5년물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들 가운데 2~3곳 가량을 주관사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는 "신용등급 아웃룩이 조정되는 등 조달 여건이 나빠졌지만 차입구조 단기화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기업어음(CP) 등의 비중이 높다는 부담이 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부분의 조달 비용 상승은 감내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호텔롯데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1조 6000억 원에 육박하는 CP 일부를 상환할 예정이다. 호텔롯데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수년째 50%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500억 원)도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사실상 단기물을 장기로 갈아타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는 매년 CP와 사모채 등 초단기물 일변도의 차입전략을 구사하며 조달 안정성을 떨어뜨렸다. 올 들어 신용도를 갉아먹는 차입구조 단기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조달 패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CP, 사모채를 최소화하고 공모 시장에서 장기물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호텔롯데는 연초 공모채 시장을 4년 만에 찾았다. 당시 넉넉한 청약금을 확보하며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증액발행을 통해 마련했다. 조달자금 역시 만기가 짧은 CP나 전자단기사채(STB)를 상환했다. 수년 간의 공백에도 뜨거운 기관투자자 반응을 확인하며 추가 조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조달 여건은 연초 대비 크게 달라졌다.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면세사업자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확대하면서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호텔신라, 신세계조선호텔 등 줄줄이 신용도를 조정하고 있다.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반영됐다.

호텔롯데는 여전히 'AA+'의 초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만큼 조달 자체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연초 발행 당시와 같은 우호적인 조달금리는 불가능해졌다. 그만큼 호텔롯데 입장에서는 조달금리 상승을 감내하고서라도 차입구조 단기화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호텔신라(AA0, 부정적)는 지난달 2000억 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넉넉한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하지만 주문금리는 민평금리를 대폭 상단하는 수준에서 상당수 유입됐다. 풍부한 수급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회사채 시장을 감안하면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