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차기 리더는]부산은행 노조, 외부인사 반대 논리 '허점'회장 공모 시작 동시에 압박 수위 높이기, 현직 임원 밀어주기 노림수
김장환 기자공개 2017-07-26 19:18:2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5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은행 노동조합이 BNK금융지주의 회장직 공모 절차 시작과 동시에 강경 태도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되면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번 회장 선출 절차를 공모로 선택한 이유와는 전면 대치되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 노조는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직 공모와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소신껏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역금융의 특수성과 역할을 잘 아는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뽑혀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얘기로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외부인사는 절대 안된다'며 임추위를 압박하는 내용이다. 부산은행 전·현직 출신이 아닌 회장이 오게 되면 무조건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노조는 이와 함께 최근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이는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공모'로 뽑겠다고 결정한 이유와 크게 동떨어진 주장이다.
우선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그동안 회장이 부산은행장을 함께 맡는 제왕적 지배구조가 행내에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봤다. 성세환 회장의 주가시세조종 의혹과 이장호 전 회장의 엘씨티 특혜대출 의혹 등도 여기서 비롯된 문제로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수 차례 모임을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회장과 행장을 별도로 뽑는 승계 절차를 결정했다. 회장직은 공모 방식으로 후보군을 크게 넓히는 대신 부산은행장은 전·현직 출신에 국한해 뽑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회장 공모 절차가 시작됐다. 부산은행장 선출 절차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은행 노조 주장처럼 회장 후보군을 전·현직 출신으로만 국한한다면 공모 절차 자체를 단행할 필요가 없었다. 이 경우 기존대로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했으면 됐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 내규에 따르면 현재 육성 중인 후보군 중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자산 5조 원 이상 자회사 대표로 박재경 BNK금융지주 부사장(회장 직무대행)과 손교덕 경남은행장 두 명만 차기 회장 후보로 분류됐다. 다만 이사회가 별도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상자는 전·현직 임직원이다. 부산은행 노조의 주장은 결국 공모를 거치더라도 과거와 별 다를 게 없는 회장 선출 절차를 단행하자는 얘기와 같다.
부산은행 노조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특정 내부 인사를 후임 회장으로 지지하면서 비롯된 일로 풀이되고 있다. BNK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내부 임직원들이 지지하는 현직 임원이 있고, 부산은행 노조 역시 '정통성'을 이유로 해당 임원이 차기 회장에 앉기를 원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인사가 올 경우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부산은행 노조의 대응이 이번 공모 절차 자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능력 있는 다양한 후보들이 공모 절차에 참여해 공정한 경쟁으로 최적의 후보를 뽑는 게 조직으로서도 긍정적이다. 정작 부산은행 노조가 외부 인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능력 있는 인물들이 공모에 참여를 꺼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외부 인사들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성명을 발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과연 공정한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조직 내부적으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회장 선출 절차 자체가 불공정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고려해봐야 하는 사안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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